저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투자자로 1심에서 다소 무거운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6개월 감형을 받아 수원구치소에서 타 교도소로 이감을 기다리고 있는 미결 수용자 OOO라고 합니다.
이감에 앞서 수원구치소에 근무하고 계시는 심재열 계장님께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혹시 부담스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제가 가장 좋아하고 많은 수용자들께서도 유익하게 보시는 <더 시사법률>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피고인이기도 한 저는 제 생명과도 같은 저의 반쪽 아들과, 아직은 아빠의 손길이 더 필요한 어린 막내딸 그리고 아내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강제 이별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분리로 인한 충격으로 저는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나락으로 떨어졌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병들어 갔을 뿐 아니라 말로는 도저히 형언할 수조차 없는 극한의 고통과 아픔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아프고, 지쳐서 죽고만 싶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시고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용기를 주신 수원구치소 심재열 계장님, 늦었지만 감사를 드립니다.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몸이 굳어 마비가 오고, 극한의 통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의료과로 이동할 때면 휠체어를 밀어주시고, 동료 수용자들에게 저를 잘 보살펴 주라고 하셨던 심재열 계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제 머릿속에서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따뜻한 마음에 많은 위로를 받으면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계장님께서는 저뿐만 아니라 사동의 어떤 수용자에게라도 따뜻한 말씀과 환한 미소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출퇴근하실 때마다 먼저 손 흔들어 주시며 “오늘도 고생하세요,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라고 인사해 주시는 계장님의 따뜻한 인성을 보면서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던 삶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하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함은 막연히 큰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이곳의 일상에도 많이 숨어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65세)에 이곳 생활 1년여 동안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계장님을 보며 이곳 생활을 통해 잃었던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을 많이 얻었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보고 배우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에 따른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을 관리하는 데 있어 권위를 내세워 윽박지르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며 여전히 말 속에 품격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죄를 짓고 이곳에 와 있는 수용자들이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나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 무서운 권위나 힘보다 오히려 설득력 있고, 교화나 갱생의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많은 수용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편지는 그냥 막연하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어디에 가든 다시 힘과 용기를 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것이고, 나아가 제 남은 삶을 비출 밝은 빛 같은 희망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원구치소 심재열 계장님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가 저만이 아닌 전체 구치소 내 수용자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전국 교정시설의 모든 수감자께 전해져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피고인인 저에게 진한 울림을 주신 계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미소 잊지 않고, 삶의 긍정 에너지로 삼아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