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금천구와 경기 광명시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해온 조직폭력단체 '진성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1980년대생을 주축으로 복싱·유도 등 운동선수 출신과 지역 고교 ‘짱’ 출신들을 포섭한 이들은 합숙소를 차리고 각종 지하경제형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7일 진성파 행동대장 A씨 등 조직원 39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은 구속됐고, 도피 중인 2명은 수배 중이다. 진성파 관련자 6명을 포함하면 전체 검거 인원은 45명에 달한다.
진성파는 1983년 서울의 한 중·고등학교 출신들이 결성한 학생폭력서클에서 시작됐다. 이후 경쟁 폭력조직과의 충돌로 조직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 차례 와해됐지만, 2015년경 1980년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을 재건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폭 양태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수익형 범죄로 전환, 도박사이트·보이스피싱·성매매 알선·불법 유심 유통 등 ‘지하경제형 사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며 복싱·유도 선수 출신, 고등학교 싸움 ‘짱’ 출신 등 20여 명을 조직에 끌어들였다. 이후 서울 서남권에 합숙소를 마련하고 위계질서·행동강령·연락 체계 등 조직 구조를 숙지시키며 본격적인 조폭 활동에 나섰다.

조직 내 기강을 잡기 위한 하부 조직원 상대 폭행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합숙소 앞 길거리에선 하부 조직원이 차량에서 내리는 간부를 발견한 뒤 급하게 신발을 벗고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굴신 경례' 모습도 확인됐다.
또한 조직 기강 유지를 명분으로 하부 조직원 폭행도 이뤄졌다. 조직원들은 흉기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사시미칼로 20리터 생수통을 찌르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분쟁 발생 시를 대비해 흉기·쇠파이프·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비상 타격대’도 운영했다. 조직원들은 다른 폭력조직 행사에 도열하거나 경쟁 성매매 업소를 협박하는 등 물리적 대치도 서슴지 않았다.

진성파는 간부 1명과 조직원 3~5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조직’을 꾸려 범행을 체계적으로 분담했다. 일부 조직원은 12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거나 보이스피싱 자금 10억 원을 세탁한 혐의로 이미 처벌받았다.
조직은 검거 대응 체계도 갖췄다. 다수 조직원이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르면 도피자금을 제공하거나 은신처를 마련해 조직 전체에 대한 수사 확대를 차단했다. SNS 자동삭제 기능도 적극 활용했다.
영치금과 합의금 명목으로는 매달 20만~100만 원씩 조직원들로부터 자금을 거둬 총 1억1000만 원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금은 검거된 조직원 보호와 조직 유지에 사용됐다.
서울경찰청 형사2계 배은철 계장은 “젊은이들이 조폭에 호기심이나 환상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검거되고 그 끝은 참혹하다”며 “조직은 젊은 세대 유입이 없으면 소멸된다.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조직의 위계, 강령, 자금조달 체계, 연락망 등이 명확히 입증됨에 따라 진성파를 형법상 '조직폭력단체'로 의율하고 지속적인 동향 감시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폭력조직에 대해 첩보 수집과 수사역량을 집중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