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이력 없는 교정시설 수용자, 민생지원금 ‘사각지대’

 

27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A씨(대만 국적)는 최근 민생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또다시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국내에서 살아왔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정시설 수용자에게까지 지급된 민생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A씨는 지난 1일 본지에 보낸 편지에서 “건강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현재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며 “몸이 아픈데 사회 병원에 가려면 돈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외부 진료를 나가면 보험이 없어 병원비를 몇 배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 수용자에게 지급되는 민생지원금마저 못 받으니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6년 1월 1일부터 수용자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부담금은 법무부가 책임지고 공단과 정산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편되면서, 교정시설 수용자에게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는 건강보험 자격이 있는 자 또는 있었던 자에 한정되며, 외국인이나 건강보험 가입 기록이 없는 재외국민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는 국내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 전원을 지급 대상으로 했다. 행안부는 당시 “교정시설 수용자도 ‘국내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므로 1차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재외국민은 일부만 해당된다. 영주권을 보유했거나 국민과 동일 세대원으로 등재돼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 요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A씨처럼 국내에서 장기간 생활했더라도 보험 가입 이력이 없다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정시설은 이 기준에 따라 대상 외 수용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포기각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용자의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대표 변호사는 “교정시설 수용자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마찬가지로 생계 보장이 절실하다”며 “보험 가입 여부만으로 지원 여부를 가르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외국인 수용자와 무보험 수용자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민생지원금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포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정시설 수형자 중 가족이 없거나 직접 수령을 희망하는 경우, 교정시설장이 대리 신청자로 나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우편으로 신청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지역 제한이 없는 '온누리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며, 교정시설장이 법무부 예규 ‘보관금품관리지침’에 따라 이를 출소 전까지 관리한다. 또한 가족이 대리 신청·수령할 때와 다르게 온누리상품권으로 보관시 유효기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