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인정 안 돼도 처벌…국가보안법 판단 기준은

지하조직 실체는 입증 부족…일부 무죄 유지
대법 “개별 행위 입증되면 별도 처벌 가능”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유형의 사건에서는 국가보안법상 어떤 조항이 적용되는지와 개별 행위의 입증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사건은 통상 국가보안법 제8조의 회합·통신, 국가보안법 제4조의 목적수행(간첩), 국가보안법 제5조의 금품수수 등이 함께 문제되는 구조다.

 

특히 공작원과의 접촉 자체는 제8조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지령을 받고 정보를 수집·보고한 경우에는 제4조가 적용될 수 있다. 이때 전달된 내용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또 수사 과정에서 ‘지하조직’ 구성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단체의 실체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조직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피고인의 지령 수수나 보고 행위가 입증되면 별도의 국가보안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확인됐다. 최근 대법원 2부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에게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으며,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가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석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대남 공작기구의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을 전달받고 그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지령문 약 90건과 보고문 20여 건, 암호화된 통신 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활동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지사’라는 지하조직을 구성해 노동단체 인사를 포섭하려 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군기지와 공군기지 관련 정보와 노조 선거 동향 등을 수집해 보고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지하조직의 실체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조직적 결합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조직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피고인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활동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국가보안법 위반 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공작원 접촉이나 지령 수수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단체성 인정과 개별 행위 입증이 구별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