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현지 온라인 사기 조직에 가담했다가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대한항공 KE9690편 전세기는 이날 오전 8시 3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테초 국제공항을 출발한 지 약 5시간 20분 만이다. 송환 대상자들은 기내에서 곧바로 체포됐으며,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도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돼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하다.

착륙 후 수갑이 채워진 이들은 피의자 신분으로 각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됐다. 입국 수속까지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으며,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경기남부청 김포경찰서 1명, 강원 원주경찰서 1명 등으로 분산됐다.
현장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피의자 1명당 경찰관 2명이 양팔을 붙잡은 채 이동했고, 일부는 휠체어를 타거나 A4 용지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고개를 숙인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으며, 준비된 호송용 승합차 23대에 차례로 탑승했다.
호송 행렬 주변에는 소총을 든 경찰 특공대가 도열했고, 기동대 등도 대거 배치돼 공항 일대는 삼엄한 분위기를 이뤘다. 일부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현장에서 욕설을 퍼붓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치안감을 단장으로 하는 공항현장대응단 인력 215명을 배치했다. 전세기에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도 동승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통상 피의자 1명당 형사 2명이 동행하는 관례보다 훨씬 많은 190여명이 투입됐다.
송환된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웬치(Wench)’로 불리는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연애·투자 사기)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며,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포함됐다. 64명 중 59명은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 작전에서 체포됐고, 5명은 스스로 신고해 구출됐다. 이들 모두는 최근까지 현지 이민 당국에 구금돼 있던 인원이다.
경찰은 앞으로 범행 경위, 불법성 인지 여부, 납치·감금 피해자인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송환자 대부분이 범죄단지에서 피해자 신분이면서도 동시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 피싱 범죄를 저지른 공범 및 가해자인 이중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송환된 인원들에 대한 수사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순히 ‘조직 가담 여부’만으로 동일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며 “일반적인 사건처럼 체포해 기소하고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강제로 끌려가 범행에 동원된 사람과 불법임을 인지하고 적극 가담한 사람을 법리적으로 구분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