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절반이 10대…딥페이크 성범죄 급증

 

10대 청소년들에게 온라인으로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성착취물을 제작·제공하게 한 이른바 ‘판도라’가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혔다.

 

판도라는 피해자들에게 “텔레그램에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속여 개인정보를 빼낸 뒤, 이를 이용해 협박하며 심리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5명을 데려오면 해방시켜 주겠다”고 압박해 피해자들이 다른 청소년을 유인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피해자 3명이 공범이 됐다.

 

판도라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대 여성 청소년 19명을 상대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79개를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당시 판도라의 나이는 겨우 17세였다.

 

실제 경찰청이 16일 밝힌 통계에서도 증가세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실시한 ‘2025년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 결과 총 3557명(3411건)을 검거하고 이 중 22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50.1%, 검거 인원은 47.8% 증가했다. 전체 사이버성폭력 범죄 발생도 4413건으로 35% 늘었다.

 

피의자 연령대는 10대가 47.6%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 33.2%, 30대 12.7%, 40대 4.6%, 50대 이상은 1.9% 순이었다. 특히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범죄에서는 피의자의 61.8%가 10대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청년층에서 범죄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가 1553건(35.2%)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513건(34.3%), 불법촬영물 857건(19.4%), 불법 성영상물 490건(11.1%)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함께 허위영상물 범죄가 급증했고, 처벌 규정 확대에 따라 단속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성범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국제공조 강화, 딥페이크 탐지 프로그램 활용, 위장수사 확대 등 고도화된 수사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성인 피해 사건까지 위장수사가 허용되면서, 위장수사는 전년 동기 194건 대비 32% 증가한 256건을 기록했다. 검거 인원은 913명, 이 중 36명이 구속됐다.

 

피해 확산 방지 조치도 강화됐다. 경찰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피해 영상물 3만6135건의 삭제·차단을 요청했으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2만8356건의 피해자 지원을 진행했다.

 

경찰청은 오는 17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을 연속해 실시한다. 생성형 AI 기반 딥페이크 등 신종 성범죄를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위장수사와 추적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 피의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교육부와 협력한 예방교육과 학부모 대상 안내문 발송 등도 추진한다.

 

박우현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사이버성폭력범죄는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라며 “AI 기술 발전으로 범죄가 지능화되는 만큼 근절을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