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스쿨 검찰실무 시험, ‘사전 유출’ 의혹…법무부 “전면 재시험”

특정 대학서 ‘중요 죄명’ 사전 강의
시험 성적, 검찰 임용 핵심 평가 기준
법무부 “공정성 의문, 진심으로 사과”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동시에 치러진 검찰실무 기말시험을 앞두고, 현직 검사가 특정 죄명을 사전에 강조해 사실상 ‘출제 범위’를 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의 공정성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자 법무부는 해당 시험을 전면 재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균관대·한양대·강원대 등 일부 로스쿨에 출강한 검사들이 수업 중 ‘중요하다’고 표시한 죄명들이 지난달 29일 시행된 검찰실무 기말시험의 실제 출제 항목과 상당 부분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학생만 유리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와 수강생 사이에서는 사실상 사전 유출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검찰실무는 법무연수원이 주관하고 현직 검사들이 강의하는 실무과목이다.

 

사법연수원이 주관하는 형사재판실무와 함께 전국 로스쿨생이 동일하게 응시하는 통합 시험으로, 두 과목의 성적은 로스쿨 졸업 직후 검찰 임용시험의 핵심 평가 요소로 활용된다.

 

이처럼 검찰 임용과 직결되는 중요 평가에서 정보 접근 격차가 발생했다면 제도적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연수원은 이날 공식 공지를 통해 “수업에서 제시된 죄명표와 실제 출제 죄명이 다수 중복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평가 공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기말시험을 전면 재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험의 공정성을 확신시켜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시험은 어떠한 의문도 남지 않도록 엄정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시험은 12월 중 각 로스쿨과 일정을 협의해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강사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로스쿨 수강생은 이날 <더시사법률>에 “다른 로스쿨에서는 시험 직전 강사가 본의 아니게 힌트를 줄 것을 우려해 일주일간 질문 금지를 하기도 했다”며 “일부 특정 로스쿨에서만 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이 이번 한 번뿐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검찰 출강 강의 구조 자체가 정보 유통의 단층을 만들어온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