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지원이 재범 막는다”…출소자 자립 잇는 한국법무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출소자 지원 ‘봐주기’ 아닌 사회 안전 투자
서울동부권 성인 여성 자율형 생활관 운영
직업훈련·취업 연계…안정적 사회복귀 지원

 

출소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딘가 위험하고, 불안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사람들.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은 대부분의 시민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교정시설 문이 닫히는 순간, 많은 이들은 곧바로 생계와 주거가 사라진 현실 앞에 홀로 내던져진다.

 

그러나 출소와 동시에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발판’을 제공하는 공간이 있다. 서울시 거여동에 위치한 한국법무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자율형 생활관이다.

 

이곳은 출소자와 보호처분 대상자가 최대 2년까지 머무를 수 있는 법무보호시설이다. 34개 호실 가운데 27개가 채워져 있고, 입소자들은 미용기능사, 네일아트, 조리기능사,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직업훈련을 받으며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닌 ‘다시 살아갈 준비를 하는 집’으로 불린다.


“왜 범죄자를 돕느냐”…출소자 지원을 둘러싼 인식


서울동부지부 정순찬 지부장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왜 범죄자나 출소자를 돕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 속에는 “피해자를 우선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 정 지부장은 출소자 지원이 ‘가해자에 대한 온정’이 아니라 재범을 줄이고 사회 안전을 높이기 위한 공적 투자라고 설명한다.

 

출소자 가운데는 적절한 계기만 있으면 변화할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조적 지원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되면 생존 자체가 위기 상황이 되고, 이는 다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실형 6개월 이상 복역한 출소자에게는 일정 기간 생계·주거 지원이 가능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법무보호시설을 거쳐 취업과 자립에 성공하면 세금 수혜자에서 납부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출소자 지원은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 지부장은 “출소자를 사회에서 완전히 밀어내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회를 제공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준비 하는 곳


 

자율형 생활관의 입소 대상은 여성 출소자 및 보호처분 대상자다. 입소 신청은 본인 신청, 교도소·구치소·보호관찰소 의뢰, 다른 지부·지소 연계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산 등 지방 대상자가 “서울에서 미용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공문 의뢰를 받아 서울동부지부가 숙식과 교육을 맡는다.

 

서울동부지부 직원들은 출소 한 달 전쯤부터 교정시설을 찾아가 2주간 진행되는 사회복귀 교육 과정에서 공단 사업을 설명하고, 자원봉사자가 개별 면담과 신청서 작성을 돕는다. 홍보 영상 송출도 하지만, 직접 찾아가 안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입소 기간은 최대 2년이지만 실제로는 1년 안팎에 자립해 퇴소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정 지부장은 “입소자 상당수가 1년 안에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져 생활관을 나갑니다. 반대로 2년이 지나도 사회적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조건 내보내기보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편입니다. 갑작스러운 퇴소는 다시 갈 곳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축을 하고 기술 교육을 꾸준히 받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입소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나가서 살 준비’를 갖추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미용, 조리, 제과·제빵, 커피…기술에서 일자리로


 

서울동부지부 기술교육원은 미용, 네일아트, 조리, 제과·제빵, 바리스타 과정을 운영한다.  바리스타 2급 과정의 최근 자격증 취득률은 90%에 달했고, 연간 교육 정원 110명은 올해 이미 마감됐다.

 

특히 미용기능사는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실전 투입까지 빠른 ‘가성비 높은 기술’로 꼽힌다. 동네 이발소와 미용실 사이에서 대안을 찾는 중년 남성층 수요도 꾸준하다. 30년 경력 강사들이 대형 미용실 취업부터 경력 관리까지 연계해주고, 실력 있는 교육생에게는 디자이너나 지점장으로 성장할 기회도 열린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한 입소자는 창업 컨설팅을 거쳐 인근에 1인 카페를 열었고, 현재는 또 다른 교육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함께 일하고 있다.

 

다만 취업 유지가 가장 큰 과제다. 서울 동부권은 서비스업 중심 구조로 생산직 일자리가 적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부는 울산지부의 용접 교육 모델을 참고해 교육 구조를 고도화하고, 내년에는 브런치 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예산은 늘 빠듯하다. 최근에는 예산 부족으로 2~3주간 긴급생계비 지원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 지부장은 “당장 배가 고픈 사람에게 ‘기술부터 배우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체 모금과 자원봉사를 통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일시 지원과 자립 지원 사이에서 늘 균형을 고민합니다.”

 

서울동부지부는 지난 9월 조건부 가석방 대상자 2명도 수용했다. 5~7년 이상 복역한 중범죄자 가운데 가족이나 연고가 없는 이들이 사회 복귀 전 마지막 6~10개월을 이곳에서 보내는 제도다. 현재 두 사람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 지부장은 “생활관을 나설 때 더 이상 ‘전과자’가 아니라 제 힘으로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시민이 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