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만2000% 초고금리 불법 대부조직 검거…빚 못 갚으면 자녀까지 협박

청년·서민 대상 고금리 대출…SNS 게시로 압박
개정법, 초고금리·협박 계약은 전부무효로 규정

 

피해자 173명에게 총 5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연 1만2000%의 이자를 요구한 미등록 대부업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빚을 갚지 못한 피해자들의 사진을 SNS에 공개하거나 지인에게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압박해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이자제한법 위반 혐의로 20대 A씨와 B씨 등 12명을 검거하고, 이 중 영업팀장 등 4명을 구속했다. 총책 A씨와 B씨는 별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이미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대구 남구와 달서구 일대 아파트를 임차해 사무실처럼 운영하며 중고교 동창들을 끌어들여 조직적 구조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팀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입수한 대출 수요자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대학생·주부·실직자 등에게 100만~500만원을 연 4000~1만2000%의 이율로 대출했다.

 

조직원들은 담보 대신 피해자의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요구했고, 상환이 지연되면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허위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송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사례도 확인됐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에 별도 계정을 만들어 차용증을 든 피해자 사진이나 허위 내용을 게시하고, 지인들에게 링크를 전송해 채무 변제를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사금융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불법사금융 상담·신고 건수는 1만4316건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1만4786건)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경찰의 불법사금융 검거 건수는 30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늘었고, 검거 인원도 28% 증가한 383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피해 확산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7월 개정 대부업법을 시행했다. 개정법은 최고금리(20%)의 3배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출, 성착취·인신매매 요구, 폭행·협박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무효로 규정한다.

 

아울러 등록 대부업자와의 계약이라도 계약서 미교부, 허위 기재, 여신금융기관 사칭 등이 있을 경우 채무자는 언제든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처벌 규정도 강화돼 무등록 대부업은 징역 10년·벌금 5억원, 최고금리 위반은 징역 5년·벌금 2억원으로 상향됐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과도한 고금리에 협박성 추심이 결합한 불법 대부는 채무 문제를 넘어 개인의 생활과 관계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며 “특히 사진 공개나 지인 연락처럼 사회적 망신을 이용한 방식은 피해자가 스스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사금융 조직은 초기에는 소액으로 접근하지만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에는 협박 강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의심스러운 고금리 제안이나 신상정보 요구가 있을 땐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문자 등 증거를 확보해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보호 조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