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3주 만에 또 “에어팟 판다” 글 올려…중고거래 사기 160명 피해

출소 직후 재범에 징역 7년 선고
사이버사기 급증, 검거율은 하락
“제도 보완‧선제 통제 강화해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허위 판매 글을 올려 160명 넘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2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출소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 수법의 사기 범행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서동원 판사)은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문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드러난 전체 피해액은 약 5000만원에 달한다.

 

문씨는 번개장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에어팟 맥스 실버, 에어팟 프로2·3 등을 판매하겠다는 허위 게시글을 올린 뒤, 실제로는 물건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에게 선입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금받은 돈은 대부분 생활비와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계좌가 사기 계좌로 등록되자 문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건당 3000원을 주겠다”며 타인의 계좌 정보를 넘겨받아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문씨의 범행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간 이어졌다. 한 차례에 받아낸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은 38만원이었으며, 단일 피해자를 상대로 4개월 동안 22차례에 걸쳐 총 637만원가량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가장 많이 몰린 사건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에어팟 맥스 실버’ 판매 사기로, 69명이 동시에 속아 약 1991만원을 송금했다. 이 외에도 20~30명대 피해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전체 피해자는 최소 160명, 총 피해액은 4932만 7580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문씨는 2023년 7월 수원지법에서 사기죄로 징역 4개월과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4월 1일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 22일 만인 같은 달 23일, 카카오톡 중고거래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난 피해자에게 ‘에어팟 프로3’을 보내주겠다며 선입금을 요구하면서 다시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인한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다수인 점과 피해가 전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중고거래 사기를 포함한 사이버 사기 피해는 급증하는 반면 검거율은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병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사이버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만 8920건, 피해액은 3조 4062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발생 건수는 24.6%, 피해액은 88.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피해자 수 역시 21만 2960명에서 27만 9416명으로 31.2% 늘었다.

 

최근 4년간 사이버 사기 발생 건수는 2021년 14만 1154건에서 2024년 20만 8920건으로, 피해액은 1조 1719억원에서 3조 406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검거율은 2021년 72.2%에서 2024년 53.8%로 해마다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사기 피해가 소액·다수 구조로 분산되면서 범행이 장기간 이어지고, 수사와 차단이 모두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출소 직후 동일 수법의 범행이 반복된 것은 재범 방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차명 계좌 유통과 반복적으로 악용되는 거래 계정에 대한 관리·차단 체계를 보완하고, 플랫폼이 사전 차단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담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구조에서는 가해자가 계좌와 계정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가기 쉬운 반면 피해는 소액으로 분산돼 수사와 피해 회복이 모두 어려워진다”며 “형사 처벌과 함께 금융·플랫폼 차원의 선제적 통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유사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