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토대로 수사가 개시된 사건에서, 이후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진 피고인의 자백 진술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형성된 진술은 2차적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환경자문업체 대표 A씨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임원진 등 4명이 뇌물수수·공여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2019년 11월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로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 대상 범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통화녹음 파일 73건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그러나 특사경은 해당 전자정보를 폐기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했고, 약 1년 5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울산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 전자정보를 토대로 추가 압수수색과 피의자·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기소했다.
1·2심은 휴대전화 전자정보가 영장주의를 위반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하급심은 위법한 압수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고,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이 고지됐으며,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자백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전자정보 수집과 법정진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문제의 전자정보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는 상태에서 탐색·수집·보관된 점을 들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전자정보를 기초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와 참고인 진술조서뿐 아니라 피고인과 증인들의 법정진술 역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위법수집증거인 전자정보를 기초로 수집한 2차적 증거로서, 그 절차적 위법과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되었거나 사실상 유일한 증거 또는 핵심 증거이고, 피고인이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진술 역시 1차적 증거를 직접 제시받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규정한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과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을 법정진술에까지 명확히 확장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해 왔고, 다만 시간적 간격, 독립된 제3자의 개입, 피고인의 자발적·독립적 판단에 따른 진술 등으로 인과관계가 희석·단절됐다고 인정되는 예외적 경우에 한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왔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대법원은 최근에도 영장 없는 전자정보 탐색으로 수사가 개시된 사건에서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의 자백이나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증거 수집이 이후 절차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 보장 범위를 한층 강화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