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내세워 최저임금·퇴직금 체불한 숙박업주…항소심서 전부 ‘유죄’

포괄 계약도 최저임금 적용 원칙
노동법 위반 신고 3년새 27%↑
“근로기준 절차‧체계 마련해야”

 

포괄임금 계약을 이유로 최저임금 미달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숙박업주가 항소심에서 전부 유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실제 체불액을 재산정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고 형을 일부 감경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3-3형사부(정세진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숙박업주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전북 군산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직원 B씨에게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임금과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17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4년 3개월간 해당 업소에서 근무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 ‘포괄임금 계약’이 체결돼 월급 전액이 지급됐다는 점을 들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퇴직금 미지급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포괄임금 계약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최저임금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저임금 미달 지급과 임금·퇴직금 체불 모두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연도의 법정 최저임금과 실제 근로시간, 선급금 지급 내역 등을 종합해 미지급액을 다시 산정했다.

 

그 결과 2019년을 제외한 2020~2022년 동안 지급된 시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쳤고, 이에 따른 미지급 임금은 약 14만원으로 판단됐다. 퇴직금도 1480만원이 아닌 985만원이 미지급된 것으로 재산정됐다.

 

재판부는 “미지급 임금 약 10만2000원과 퇴직금 약 909만원을 이미 지급해 현재 남은 체불액이 많지 않은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 체불 등 노동법 위반 신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동법 위반 신고는 2021년 38만 4529건, 2022년 37만 1005건, 2023년 44만 481건, 2024년에는 48만 6977건으로 3년 새 약 27%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28만 8552건이 접수됐다.

 

위반 유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21만 7743건으로 가장 많았고, 퇴직급여법 위반(6만 9706건), 최저임금법 위반(988건) 순이었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 노동자가 직접 신고한 사건도 2021년 300건에서 2024년 493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포괄임금 계약이 있더라도 최저임금 기준은 절대적으로 적용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례”라며 “항소심이 실제 체불액을 세밀하게 산정해 양형에 반영한 것은 체불 규모와 시정 여부를 함께 보겠다는 법원의 현실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박·요식업처럼 근로시간 관리가 느슨한 업종일수록 근로계약서 작성, 임금 산정 근거 확보, 퇴직 정산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반복적인 형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