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경매개시결정을 뒤늦게 공시했더라도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매 절차는 증권에 관한 ‘소송’에 해당하지 않아 공시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관련 쟁점에 대한 첫 판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스틸앤리소시즈 주주 A씨 등이 회사 대표 강모씨 등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사는 금속·비금속 원료 재생업체로, 2014년 12월 채권자로부터 충남 아산 공장에 대한 임의경매 신청으로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같은 달 22일 송달받았다. 그러나 이를 이듬해 1월 6일에야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송달 다음 날까지 공시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회사를 공시 불이행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회사는 앞서 유상증자와 사업계약과 관련해서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전력이 있다.
주주들은 적시에 경매 사실을 알리지 않아 주가가 하락했다며 약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경매 신청 취소를 위해 채권자와 협의를 진행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시가 늦어졌다고 반박했다.
1심은 회사 측에 5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공시에서 거짓 기재 또는 누락으로 인해 원고들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원고 승소 취지를 유지하면서 배상액을 2500만원으로 감액했다. 2심 재판부는 ”임의경매개시결정은 회사의 경영·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고의 또는 과실로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다만 사업계약과 유상증자 관련 미공시 부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상고심에서는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가 규정한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원고 패소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법에서 열거한 공시 대상 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라는 이유로 모든 사건을 포함시키면 회사는 미제출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모든 사안을 공시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중대한 영향’이라는 문언은 해석상 불명확해 법인이 그 위험을 부담하게 되고, 결국 과도한 공시로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이를 시행령이 정한 ‘소송이 제기된 때’로 볼 수는 없다“며 ”원심은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