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배우자의 외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 남은 배우자는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6개월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남편이 과거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생전에 사용하던 이른바 ‘세컨드 폰’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남편이 7년 전 지방 근무 당시 직장 동료와 약 2년간 내연 관계를 이어온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휴대전화에는 두 사람이 함께 여행한 사진과 노골적인 애정 표현이 다수 저장돼 있었다. 나아가 남편이 상간녀의 오피스텔 보증금까지 대신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가 항의 전화를 걸자 상간녀는 “이미 5년도 넘은 일인데 이제 와서 왜 문제 삼느냐”, “죽은 사람을 붙잡고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인 뒤 연락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나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남편의 돈으로 생활하며 우리 가정을 무너뜨린 상대방만큼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배우자 사망 이후에도 상간녀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법조계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배우자와 상간자가 함께 저지른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공동불법행위자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다른 한 명의 손해배상 책임은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가 숨진 이후에도 상간자를 상대로 단독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안 날’이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외도의 존재와 가해자, 손해 발생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을 의미한다.
사망 이후 유품 정리 과정에서 문자나 사진 등 명확한 증거를 처음 확보했다면 그날이 곧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안 날’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시점부터 3년 이내라면 위자료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서울남부지법은 남편 사망 후 아내가 남편이 약 3년간 상간녀와 교제하며 생활비 명목으로 4370만원을 지급한 사실을 알게 된 사건에서, 상간녀가 “공동불법행위자인 남편이 사망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책임 제한을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위자료 300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해 대구지법 안동지원도 유사한 사건에서 상간녀가 “공동불법행위자인 망인이 사망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책임을 감경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아내가 내연관계를 알게 된 경위와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2000만원을 인정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배우자와 상간자가 공동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다른 한 명의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존속한다”며 “남편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상간녀의 위자료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멸시효는 부정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피해자가 외도 사실과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부터 진행된다”며 “사망 후 유품 정리 과정에서 확실한 증거를 처음 확보했다면 그날이 ‘안 날’이 되므로 3년 이내라면 위자료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