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수에게만 적용되는 부정기형 제도가 법 취지와 달리 장기형 위주로 운용되며 사실상 확정형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형의 3분의 1이 경과한 시점부터 교화 성과를 평가해 석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소년범들이 오히려 소년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재판을 지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15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부정기형은 형 집행 단계에서 소년수의 개선·교화 정도를 평가해 석방 시점을 유연하게 정하는 특별예방적 제도다. 예컨대 단기 3년, 장기 5년을 선고받은 경우 단기 경과 시점부터 교정 성적에 따라 출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다.
소년법 제60조 제1항은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19세 미만 소년에 대해 장기와 단기를 정해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일반 범죄의 경우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할 수 없다.
같은 조 제4항은 단기형이 지난 뒤 행형 성적이 양호하고 교정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되면 교정시설장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형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
또 소년법 제65조는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소년에 대해 단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부정기형은 소년수 처벌의 핵심 양형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0~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 형사공판에서 19세 미만 피고인에게 부정기형이 선고된 인원은 2020년 908명(27.7%), 2021년 779명(31.4%), 2022년 621명(24.4%), 2023년 1045명(34.6%), 2024년 649명(27%)으로 집계됐다. 소년부 송치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중이다.
문제는 소년법 제65조가 규정한 ‘단기 3분의 1 경과 시 가석방’ 허가 규정이 현장에서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퇴직한 한 교도관은 “단기부터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소년수들 사이에서도 부정기형은 조기 출소 제도가 아니라 장기 수용을 전제로 한 형식적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2020년 대법원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형 집행 종료 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정기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형 집행 기간은 단기형이 아니라 사실상 장기형에 가깝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재판 현장에서는 소년법을 기피하는 전략까지 등장했다. 소년법 적용 여부는 범행 시점이 아니라 사실심 판결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해 성인이 된 뒤 정기형을 받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단기 3년, 장기 5년의 부정기형이 예상될 경우, 관행상 장기 5년을 모두 복역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재판을 지연해 성인으로서 정기형 4년을 선고받는 것이 수형 기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년의 교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더 엄중한 형벌로 작동하면서, 성인 정기형을 선호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정기형 제도가 ‘교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소년 처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운용 방식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형식상 단기와 장기를 병존시키고 있지만 실제 집행은 장기형을 기준으로 이뤄져 부정기형이 사실상 확정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소년수 부정기형은 단기 경과 시점부터 개선 여부를 재평가해 석방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설계된 제도”라며 “현실에서는 장기형을 얼마나 채웠는지가 출소 기준처럼 작동하면서 법이 예정한 교화 중심 운영 원리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났듯 단기 심사와 형 집행 종료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면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법 집행의 구조적 실패”라며 “법무부와 교정당국이 단기 기준 심사와 집행 종료 제도를 실질화하지 않는다면 부정기형은 이름만 남은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