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발달장애인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단독 조사를 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경찰과 검찰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경찰청장에게 ‘발달장애인 조사 규칙’ 제정을 권고하고, 검찰총장에게는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공소장 작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의 전문성을 높이고, 신뢰 관계인 동석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능력과 이해 수준을 고려한 별도의 조사 규칙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수사 절차 자체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권고는 인권위가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발달장애인 127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뒤 내려진 결정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약 5.1%이며 이 가운데 발달장애인은 10.7%를 차지했다. 같은 해 경찰이 처리한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은 1만1000여 건에 달했다. 수사 대상자 규모에 비해 방어권 보장 장치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신뢰 관계인의 조력을 받은 경우는 27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경찰 조사를 혼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거나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조사를 받은 사례도 포함돼 있었다.
조사 대상자 상당수는 가출이나 보호시설 생활을 반복하거나 부모 모두가 지적장애인이거나 보호자가 고령인 경우 등 신뢰 관계인을 동석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별도의 인적 조력이 제공되지 않은 채 조사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산하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발달장애인 여부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애인 등록 여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제 의사소통 능력과 인지 수준을 기준으로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발달장애인으로 확인될 경우 신뢰 관계인 동석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동석할 사람이 없는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적 조력 제도를 법과 규칙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과정에서의 질문 방식 진술 확인 절차 조사 시간 조정 등도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를 계기로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 실태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관련 통계와 개선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