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명품 시계 영치 중”이라던 수감자…감정 결과 10만 원 가품

외부업체 노린 ‘명품·금 보관’ 미끼
접견물·영치금 요구 뒤 가품 전달

 

구속 수감 중인 재소자들이 고가 물품을 미끼로 외부 수발업체에 접견물과 영치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수용자를 대신해 접견을 진행하거나 물품 전달 등을 대행하는 민간 서비스 업체다.

 

24일 수발업체를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B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이 거액의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B씨는 편지에서 “영치통장과 입소 당시 맡긴 고액 물품에 압류가 들어올 수 있다”며 “현재 영치돼 있는 1억 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가 압류될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어 “가족이나 지인은 믿을 수 없다”며 외부에서 대신 시계를 판매해 현금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판매가 성사되면 대금의 7%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또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신뢰가 생겨야 한다”며 접견을 요구했고, 접견 시 필요한 책과 물품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B씨가 요구한 약 30만 원 상당의 접견 물품을 준비해 지방에서 수원구치소까지 이동해 면회를 진행했다. 이후 시계를 넘겨달라고 요구하자 B씨는 “반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사정이 있으니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 오늘은 그냥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찜찜함을 느꼈지만 수번과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상태여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며칠 뒤 다시 편지가 도착했다. B씨는 “반출보고서를 제출했으니 다시 접견을 와 필요한 물품을 넣어주고 시계를 가져가라”고 했다.

 

A씨는 지난 4일 다시 구치소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B씨는 추가 접견 물품과 동료 수용자들이 먹을 음식까지 요구했다.

 

A씨는 “시계를 판매한 뒤 정산하면 된다고 생각해 요구를 들어줬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반출 절차를 거쳐 시계를 전달받았고, 곧바로 인근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사는 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 제품은 10만 원 상당의 가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억대 명품이라던 시계는, 전문가의 한마디에 단숨에 ‘10만 원짜리 모조품’으로 전락했다. A씨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설마 했는데 그대로였다”고 토로했다.

 

실제 본지가 재소자 B씨와 A씨가 주고받은 편지와 1억 원 상당이라고 주장된 시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시계는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A씨는 즉시 B씨에게 편지를 보내 사실 여부를 따졌고, 이후 B씨는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씨가 그동안 지출한 비용의 반환을 요구하자, B씨가 오히려 “시계를 다시 교도소에 영치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수발업체 운영자 C씨 역시 유사한 일을 겪었다. C씨는 재소자 D씨로부터 “집에 금 300돈이 있는데 가족이 없어 처분이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D씨는 “열쇠 위치와 금 보관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대신 처분해주면 5%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접견을 와 음식물과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통장이 압류돼 영치금이 없다는 이유였다.

 

C씨는 접견을 통해 D씨의 얼굴을 직접 확인한 뒤 안내받은 주소지로 향했다. 현장에서는 D씨가 말한 위치에서 실제로 열쇠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집주인이 “누구냐”고 외치며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확인 결과 해당 주택의 실제 소유주와 D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수감 전 해당 주택을 절도 대상으로 물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하마터면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받을 뻔했다”며 “자칫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수용자가 ‘고가 물품 보관’ 등을 내세워 접견물품·영치금 제공을 유도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기죄는 기망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고, 그 결과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견물품이나 음식물, 영치금 역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만큼 실제 제공이 이뤄졌다면 그 제공분에 대해 기수로 평가될 수 있다”며 “설령 억대 명품이나 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허위 사실을 믿고 재산적 처분행위를 했다면 그 자체가 편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