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만난 여성이 차단하자 … 세 모녀 살해로 이어져

퀵서비스 기사 가장해 집안 침입
스토킹처벌법, 사건 이후 시행돼

 

2021년 3월 서울 노원구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던 20대 남성이 피해자와 가족 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김모씨(당시 25세)로, 피해자인 A씨(당시 25세)와 어머니, 여동생 등 세 모녀가 희생됐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던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쳤지만 일정한 직업 없이 PC방을 전전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범죄 전력도 확인됐다. 김씨는 2015년 성적 욕설, 2019년 공중화장실 관련 범행, 2020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음성 메시지 전송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에는 발신번호 표시 제한 전화를 이용해 괴성을 내는 스토킹 행위도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2020년 11월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통해 A씨를 알게 됐다. 게임과 채팅을 통해 연락을 이어가다 2021년 1월 초 PC방에서 처음 대면했고, 이후 두 차례 더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마지막 만남에서 김씨가 다른 남성과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이 커졌고, 이후 A씨와 지인들은 김씨를 차단했다. 오프라인 만남은 총 세 차례에 그쳤다.

 

관계가 끊긴 이후에도 김씨의 접근은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월부터 김씨는 반복적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A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는 등 스토킹을 이어갔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A씨의 집 앞에서 장시간 기다리기도 했다.

 

A씨가 “더 이상 찾아오지 말고 연락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지만 김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김씨에게 집 주소를 알려준 적이 없었으나 김씨는 A씨가 보낸 사진 속 택배 상자 표기 등을 단서로 주거지를 특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귀가 동선을 바꾸고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하는 등 김씨를 피하려 했지만, 김씨는 이를 거절로 받아들이며 격한 감정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김씨는 범행 약 일주일 전부터 살인을 염두에 둔 준비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인터넷에서 살해 방법을 검색했고, 다른 계정을 이용해 A씨에게 다시 접근해 근무 시간대 등 동선을 파악하려 했다.

 

범행 당일인 2021년 3월 23일, 김씨는 오후 3시쯤 집을 나서 오후 5시쯤 A씨 주거지 인근에 도착했다. 이후 A씨가 자주 찾던 PC방에 약 20분간 머물렀다. 경찰은 이를 동선 탐색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인근 슈퍼에서 흉기를 구입했고, 휴대전화로 ‘급소’,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 등의 검색어를 입력한 기록도 확인됐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쯤 김씨는 노원구 중계동의 A씨 아파트에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접근했다. 집에 혼자 있던 A씨의 여동생이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했으나, 김씨는 물러나는 척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주거지로 침입해 여동생을 살해했다.

 

이후 밤 10시 30분쯤 귀가한 A씨의 어머니도 살해됐다. 약 1시간 뒤 퇴근해 돌아온 A씨가 “어머니와 동생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보냈다”라고 답했고, A씨 역시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해 대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사후 정리 행위를 한 정황도 확인됐다.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사건은 이틀 뒤인 3월 25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다시 자해를 시도해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4월 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게임을 하며 연락을 주고받다가 차단당해 앙심을 품었다’, ‘왜 피하는지 묻고 싶어 스토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상 공개도 이뤄졌다. 3월 말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4월 5일 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김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계획범행’ 여부였다. 김씨는 1심부터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계획하지 않았다”며 일부 범행의 우발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 준비 과정, 침입 방식,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해 우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2021년 10월 12일 서울북부지법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극단적인 생명 경시와 범행의 계획성을 지적하면서도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도주하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2022년 1월 19일 양측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같은 해 4월 14일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스토킹 단계에서의 대응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에는 스토킹 행위를 독립된 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제재가 어려웠다.

 

사건 이후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면서 국회는 스토킹 행위를 독립 범죄로 규율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1999년 처음 발의된 이후 20여 차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 법은 세 모녀가 살해된 다음 날 국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