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사업 선정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금전 제공을 주장한 사업가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회의원실 보좌관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뇌물 공여자로 지목한 사업가 B씨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 사이 국가 보조금 지급 사업과 관련해 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B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국회의원 보좌관 지위를 이용해 B씨 업체가 농촌진흥청 주관 사업에 선정되도록 관여한 대가로 금원을 수수했다고 봤다.
B씨는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스마트팜 사업 선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1억원을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처음에는 계좌이체를 시도했으나 거부당해 수표로 전달했고, 이후 현금으로 건넸다"며 "스마트팜 사업 선정을 위한 폐교 매입 등 심사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로부터 5000만원을 빌렸다가 변제했을 뿐"이라며 "농촌진흥청 사업은 심사위원이 무작위로 선정돼 외부 개입이 불가능하고, 직무 관련성이나 특혜 제공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문제의 금원이 대여금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차용 과정에서 명시적인 대가 요구가 확인되지 않았고, B씨가 추적 가능한 수표를 먼저 전달했다가 거부당한 정황,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지인 관계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뇌물로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증인 진술을 종합할 때 공여자가 수사 확대를 우려해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유사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일호 전 경남 밀양시장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금전 전달 시점과 방식, 자금 출처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주장도 합리성이 떨어진다"며 "정치 일정과 고발 시점, 진술자의 이해관계를 종합하면 공여자 진술의 근본적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법관이 확신에 이를 수 없다면 유죄 의심이 남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해당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이때 신빙성은 수사 및 재판 전 과정에서 핵심 진술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여부, 진술 내용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진술자의 이해관계와 궁박한 처지, 진술 번복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도1390 판결).
법부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뇌물 사건에서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에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며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진술자에게 수사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금전 전달 방식이나 시점, 대가 관계에 관한 설명이 번복되거나 진술 일부가 배척될 경우 나머지 진술만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보강 증거가 없는 한 무죄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