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과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숙박업소 전반의 안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관리자에 의한 범행이 중형으로 이어진 데다 투숙객 간 사건까지 확산되면서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주형사1부(송오섭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6년을 유지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3일 새벽 자신이 근무하던 서귀포시 한 게스트하우스 객실에 들어가 술에 취해 항거가 어려운 상태에 있던 20대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선고 이후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관리자가 손님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중대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을 변경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게스트하우스 내 범죄는 관리자뿐 아니라 투숙객 간 사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한 게스트하우스 혼성 객실에서 외국 국적 남성이 여성의 침대와 소지품 등에 배뇨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중국인 여성 B씨는 이후 SNS를 통해 일본 국적 남성 C씨로부터 괴롭힘과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잠에서 깬 뒤 해당 남성이 침대 머리맡에 서 있었고, 자신의 신체와 침구, 짐에 소변이 묻어 있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 같은 사건이 개별 일탈을 넘어 게스트하우스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여행지 숙소 특성상 투숙객이 낯선 환경에 머무르는 데다 보호자나 지인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객실과 공용공간, 야외 파티가 연결된 개방형 동선과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음주, 초면 간 접촉을 유도하는 운영 방식이 결합되면서 범행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파티형 게스트하우스는 ‘혼행족·혼여족’을 겨냥해 성비를 맞춰준다는 문구나 헌팅을 암시하는 표현을 내세우며 사실상 유흥 중심 공간처럼 운영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이와 관련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였다”거나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한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당시 상황과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2024년 서울고등법원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합석 음주 후 피해자 방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메시지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실침입과 항거불능 상태 이용을 인정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게스트하우스 성범죄는 단순한 개인 간 문제로 보기 어렵고 구조적 취약성과 관리 책임이 결합된 사안”이라며 “합의 여부를 둘러싼 주장보다는 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상태, 행위 전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관리자나 직원이 관여된 사건은 신뢰 관계를 악용한 범행으로 평가돼 책임이 가중될 수 있다”며 “운영자는 출입 통제와 CCTV 관리, 직원 교육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이용자 역시 음주 환경에서의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