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많은 변호사들에게 존재한다. 나 역시 처음엔 생소함에 주저했지만, 실제 경험을 통해 전략과 설득의 장점이 많은 절차임을 깨달았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무죄율이 일반 재판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어,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내가 수행한 준강간 사건 역시 국민참여재판 절차를 통해 판결을 받고자 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단 한 차례만 조사된 상태였고, 그 진술 자체만으로는 모순을 찾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러나 수사기록을 면밀히 분석해보니, 유전자 감식 결과 주변 증인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나는 이 정황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대해 입증취지만 부인하고, 증거는 동의함으로써 재판부로부터 국민참여재판 회부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참여재판이 결정되면, 법리보다는 사실관계와 설득이 중심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배심원을 통해 피고인의 입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이며 2차 피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 증인신문을
“이번엔 진심이었습니다. 끊고 싶었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마약사범과 상담을 할 때 필자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마약범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중독이라 반복 가능성이 높은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피고인의 반성과 재범 방지 의지는 늘 의심받는다. 죄질이 나쁜 것이 아니라 반복의 가능성이 문제 되기 때문에 재판부는 감정보다 구조를 보고 판단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진심으로 마약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진심은 법정에서 주관적인 주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구조화된 회복 계획과 재범 방지 설계가 없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외침은 공허하다. 법은 반복을 싫어하고, 양형 사유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피고인은 흔히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50만 원어치 구매했다. 텔레그램으로 판매자와 접촉했고, 전달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출소 후 몇 달이 지나서 사용 후 남은 약이 예전 옷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자신은
필자가 맡았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이 있다. 사건 당시 피해자 측과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고 상황도 다소 중대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의뢰인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판부에서 양형자료 준비를 위한 시간을 주어 법정 구속은 모면했다. 항소심 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아울러 알코올 중독 관련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반성문, 진단서, 봉사활동 인증서를 받아 양형자료로 함께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재범 가능성이 낮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위의 의뢰인와 같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왔다면, 항소심에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판결 직후 깊은 혼란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막막함과 억울함 사이에서 이러한 질문도 든다. ‘진심으로 반성했는데 너무 무거운 형이 아닌가?’, ‘초범인데 집행유예는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항소심은 단순한 ‘재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소심은 단순히 1심 판결의 옳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