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맡았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이 있었다. 사건 당시 피해자 측과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고 상황도 다소 중대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의뢰인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판부에서는 의뢰인에게 양형자료 준비를 위한 시간을 주어 법정 구속은 피할 수 있었다.
항소심에 들어가기 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변호인인 나와 의뢰인 그리고 의뢰인의 가족들까지 발 벗고 나서 합의를 위해 노력했고, 피해자 측과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더불어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항소심 판결 전까지 알코올 중독 관련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였고, 반성문, 진단서, 봉사활동 인증서를 받아 양형자료로 함께 제출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재범 가능성이 낮다”며 집행유예의 선처를 내렸다. 실형 선고를 받은 1심 판결이 뒤집히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법률적인 대응뿐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과 피해자와의 화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위의 의뢰인와 같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왔다면, 항소심에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판결 직후 깊은 혼란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막막함과 억울함 사이에서 이러한 질문도 든다.
‘진심으로 반성했는데 너무 무거운 형이 아닌가’
‘초범인데 집행유예는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항소심은 단순한 ‘재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소심은 단순히 1심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1심 판결을 존중하되, 그 이후에 새로운 양형 요소가 등장했는지를 보는 자리로, 새로운 요소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도, 유지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여러 사건을 비추어 볼 때, 1심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고, 피해자 부상 정도가 중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엔 대부분 실형 또는 집행유예가 없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심에서 단순하게 “선처를 바란다”라는 말만으로는 재판부의 판단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부터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항소심 전략은 더욱 정교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피해자와의 합의 진행여부, 공탁의 실현 가능성,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 이수, 피고인의 진정성 있는 반성 태도와 자료 준비 등 1심에서 다뤄지지 않은 정상 참작 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고 이러한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2심 재판부는 감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억울하단 이유로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선택하게 되면 기각되거나, 속칭 ‘올려치기’라고 하는 불리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유리한 정황을 “새롭게 제시”하고 양형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을 보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정신적·신체적 상태에 대한 의료기록을 통해 사건 당시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입증한다거나, 피고인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거나 부양하고 있는 경우 가족의 경제적·사회적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 또한 지속적인 사회봉사 및 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반성 활동 증빙, 피해자 측의 탄원서 등은 단순한 ‘반성문’ 수준을 넘어서 피고인의 전반적인 태도와 향후 재범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음주운전 항소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항소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고 철저한 전략과 증빙자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형을 낮춰달라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왜 감형이 되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일이다. 이 모든 과정은 혼자서 하기 어렵기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면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