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프런티어] 국민재판 배심원 앞에서 변호사는 어떻게 싸우는가

두려워하지만 오히려 장점 많아
배심원을 설득하는 전략이 핵심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많은 변호사들에게 존재한다. 나 역시 처음엔 생소함에 주저했지만, 실제 경험을 통해 전략과 설득의 장점이 많은 절차임을 깨달았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무죄율이 일반 재판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어,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내가 수행한 준강간 사건 역시 국민참여재판 절차를 통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사례였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단 한 차례만 조사된 상태였고, 그 진술 자체만으로는 모순을 찾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러나 수사기록을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유전자 감식 결과 주변 증인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했다. 나는 이 정황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략은 간단했다.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대해 입증취지만 부인하고, 증거는 동의함으로써 재판부로부터 국민참여재판 회부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참여재판이 결정되면, 법리보다는 사실관계와 설득이 중심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배심원을 통해 피고인의 입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이며 2차 피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 증인신문을 허용했다. 갑작스러운 변수였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직접 반박하고, 진술 구조에 숨어 있는 모순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참여재판에서 배심원 구성은 재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나는 20~30대 미혼 남성이나 그 부모 세대가 피고인의 입장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배심원 후보를 사전에 분류하고, 선정 당일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배심원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도 중요한 요소였다.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설득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성관계 장면을 목격한 이는 없었기에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다. 따라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 재판 전략의 중심이었다.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한 결과, 이들의 진술은 피해자의 진술과 일관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배심원들에게 피해자의 진술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


피해자 신문 과정에서 예상대로 감정적인 장면도 발생했다. 논리적 모순점을 지적하자 피해자는 당황했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변호인의 태도는 중요하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다. 법정은 논리로 설득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배심원단의 평결은 무죄 6 : 유죄 1이었고, 재판부는 이를 존중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도 되묻게 된다. 사실,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더 성실한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미세한 차이가 때로는 무죄와 유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면,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조금 더 일하는 변호사가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이며, 나를 찾아온 의뢰인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