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심이었습니다. 끊고 싶었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마약사범과 상담을 할 때 필자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마약범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중독이라 반복 가능성이 높은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피고인의 반성과 재범 방지 의지는 늘 의심받는다. 죄질이 나쁜 것이 아니라 반복의 가능성이 문제 되기 때문에 재판부는 감정보다 구조를 보고 판단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진심으로 마약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진심은 법정에서 주관적인 주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구조화된 회복 계획과 재범 방지 설계가 없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외침은 공허하다. 법은 반복을 싫어하고, 양형 사유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피고인은 흔히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50만 원어치 구매했다. 텔레그램으로 판매자와 접촉했고, 전달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출소 후 몇 달이 지나서 사용 후 남은 약이 예전 옷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자신은 잊고 있었지만 수사기관은 마약 보관 혐의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범죄 전력이었다. 피고인은 과거 특수강도죄로 6년, 보이스피싱으로 2년을 복역한 누범자이고, 이번 사건은 실형이 유력했다.
여기에 마약 보관 정황까지 확인되면 형량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재판부는 이 사건을 상습적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고 피고인의 반성문만으로는 그 이미지를 바꾸기 어려웠다. 검찰은 실형을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엄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사건에서 필자는 초점을 달리했다. 단순한 선처가 아닌, 회복 가능성 입증을 위한 구조화 작업에 집중했다. 자필 반성문은 기본이고, 투약 관련 인물들과 연락을 차단한 내역, 심리상담 참여 기록, 일과표를 포함한 생활 관리 계획까지 동시에 제출했다.
마약범죄가 중독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이상, 피고인이 환경적으로도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재판 결과는 실형이었다. 하지만 법정형 하한에 가까운 형이 선고됐고, 판결문에는 회복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회복 의지를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는 피고인의 다음 사건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법원은 반복되는 사건을 원치 않는다. 그 반복을 끊기 위한 구조를 제시하면, 법은 다르게 반응한다.
진심을 객관화하지 않으면 법원에서는 믿어주지 않는다. 회복은 결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끊고 싶다면 어떻게 끊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그 계획이 신뢰를 받을 수 있으려면 객관적인 자료로 구조화되어야 한다. 말이 아닌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벌은 책임을 묻는 장치지만, 회복은 다음 기회를 위한 조건이다. 수용 중인 지금부터라도 준비할 수 있다고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설계의 문제다. 누구를 만나 어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법원은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증명할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 지금 교정시설 안에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혼자서 준비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할 때다.
감정을 정리하고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변호사, 필자에게 오셔서 피드백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