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자신의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변호사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 내 사건에 관심이 없다, 연락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개별 변호사의 자질도 관련이 있지만 그 근원에는 법률서비스 구조가 안고 있는 현실이 있다. 의뢰인들은 변호사 수임과 사건 배정 등 법률사무소의 운영 구조를 알기 어렵다. 수임료가 곧 담당 변호사의 보수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법률사무소 운영 구조는 보다 복잡하다. 의뢰인들이 지불한 수임료에는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관리비 등 여러 비용이 함께 지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구조에도 여러 변호사가 한 사건을 함께 맡는 구조도 있고, 내가 상담한 변호사가 서면 작성부터 재판 출석까지 혼자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각 법률사무소의 사정과 운영 원칙에 따라 다르다. 의뢰인들의 변호사에 대한 불만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낮은 수임료와 많은 사건 수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방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려면 수임 건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엔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
구치소 안에서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렵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하기 쉽고, 밖에서 사업을 하던 분들은 사업체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망가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게 된다. 가족 중 경제활동을 유일하게 하던 분이라면 구속되면서 바깥에 있는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어려움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보석’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석은 쉬운 것이 아니고, 이는 바깥에 나가서 합의하겠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실무에서는 정말로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도 ‘병보석’이 아닌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처리가 되고, 구속 기간이 만기가 되어 나가는 ‘만기보석’ 외에는 보석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 요즘 재판부에서 병보석을 꺼리게 된 이유로는, 병보석이 황제 보석이라고 지적되며 여론의 비판을 호되게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로 기간이 짧은 구속집행정지(형이 확정된 분의 경우엔 형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해 수술 등 급한 치료가 필요할 때만 잠시 밖에 있을 수 있게 하고, 필요에 따라서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그때그때 늘려주는 형식
형사재판에서 판결 선고일은 사건의 법적 판단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순간이다. 당사자에게는 사건의 결과가 결정되는 날이며 재판부에는 오랜 심리와 검토 끝에 법적 판단을 공표하는 절차다. 같은 선고일이라도 재판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그 의미와 무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사에겐 마치 시험 당락 발표일과도 같다. 붙느냐 떨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좌우되는 중요한 입시 혹은 취직 시험 결과의 발표일 말이다. 재판 과정에서 선고일은 긴 시간 이어진 심리의 종착점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와 당사자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법률 적용을 검토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사재판의 결론이 선고를 통해 공개된다. 재판부 입장이라면 선고 그 순간부터 그 사건에 대한 고민의 의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일견 후련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재판부의 기분이 달라질 것은 없다.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무죄 판결을 내린다고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선고 결과는 사건 당사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죄 여부와 형량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형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용자 접견의 필요성을 두고 다양한 인식이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사건 기록과 서면 제출이 중심이 되는 재판 구조상 접견이 여러 차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기록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사정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고인의 생활환경이나 사건 전후의 상황, 심리적 상태와 같은 요소들은 문서만으로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 놓인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사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거나, 사소하다고 여겨 지나치는 내용이 재판부의 판단에 중요한 참고 사정이 되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접견은 단순한 사실 확인이나 절차적 면담을 넘어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피고인이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고 자신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건 기록에 나타나지 않았던 사정이 확인되기도 한다. 형사재판에서 양형 판단은 범행 결과뿐 아니라 피고인의 태도, 반성 여부, 생활환경, 재범 가능성 등 다
소년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호칭은 ‘선생님’도 ‘교도관님’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종종 우리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는 규율을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아이가 있다. 박00. 늘 문제의 중심에 서 있던 소년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그마저도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생계를 위해 1만원을 훔치다 상습절도로 이어졌고,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됐다. 그의 전과 기록에는 죄명보다 ‘배고픔’이라는 단어가 먼저 읽혔다. 소년교도소 안에서도 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소한 일에도 규율을 어겼고 징벌방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다른 교도관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사동팀장 김 모 교위는 달랐다. 그는 박00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고를 쳐도, 욕을 해도, 징벌을 받아도 그는 늘 아이를 불러 세워 말을 건넸다. 꾸짖기보다 물었고, 지적하기보다 들으려 했다. 왜 그랬는지, 무엇이 힘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대답이
형사재판에서 양형을 판단할 때 법원은 다양한 사정을 함께 고려한다. 범행의 결과뿐 아니라 피고인의 태도 생활환경 재범 가능성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제출되는 것이 탄원서다. 많은 사람들이 탄원서를 준비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서명 등을 부탁하지만, 정작 어떤 내용으로 써야 효과적인지 몰라 막막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흔히 탄원서라고 하면, “이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 양형에 효과를 보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탄원서를 읽는 판사가 피고인을 선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의미다. 탄원서는 피고인의 평소 성품이나 생활환경 사건 이후의 변화 등을 법원에 전달하기 위한 문서다. 다만 형식적으로 작성된 탄원서가 항상 의미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내용의 진정성과 구체성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의 성품을 언급해야 한다면 단순히 “착한 사람”이나 “성실한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쓰기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한다. “평소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주변 사람이 어
‘미결구금일수’라는 것은 판결이 선고되기 전날까지 구속되어 있는 기간을 뜻한다. 미결구금은 피고인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결국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법 제57조가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미결구금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가 한 명인 단순 인정 사건에서 합의가 완료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형사 재판에서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게 결과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겪는다. 재판 결과가 언제 어떤 형태로 내려질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 재판 절차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는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되기 때문에 불안과 긴장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고인들은 사건을 가능한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재판 절차가 길어지는 것 자체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절차가 충분히 진행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사건의 공정한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피고인들 중에는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성범죄, 특히 친족 관계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높다.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이 크고 신뢰 관계가 파괴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법원 역시 엄격한 시각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단이 유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다시 점검하는 절차다.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피고인은 예정되어있는 항소심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에서는 원심의 판단 과정에서 사실관계 인정이나 법률 적용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사건 기록과 증거가 적절하게 평가됐는지부터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항소심은 1심만큼 사건을 폭넓게 사실관계를 재심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1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증거가 존재하거나 증거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사실 판단의 오류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거나 기존 증거에 대한 해석이 다시 검토되기도 한다. 사실관계가 원심과 동일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양형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된다. 형사재판에서 형량은 범행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4. 1. 만우절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사망 소식이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장 의원은 10년 전 부친이 이사장이던 부산 모 대학 부총장 시절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장제원 의원은 내가 일면식도 없고 특별히 호감을 가졌던 정치인도 아니다. 그런데도 만우절 오전 내내 유쾌하지 않은 거짓말에 속기라도 한 것처럼 우울해졌다. 피해자도 걱정된다. 성폭력으로 인해 10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이제 어렵게 용기를 내서 법적,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제 장 의원 사건으로 더 큰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른다. 부디 불필요한 죄책감과 못난 사람들의 입길에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변호사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변호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내가 장 의원의 변호인이었다면 어떤 조력을 했어야 했을까. 의뢰인이 사실은 범죄를 저질렀고 증거도 상당히 있지만 솔직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경우도 있다. 추측이지만 장 의원도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현 정권의 실세이자 국회의원으로 전국적으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원래 나쁜 사람이다.” 이 말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정 현장에서 수용자들을 상담해 온 경험을 돌아보면, 범죄는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많은 범죄는 특정한 사고방식의 반복과 왜곡된 판단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는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당수는 자신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사람” 혹은 “운이 나빴던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 정도는 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말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책임을 축소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왜곡'이라고 부른다. 범죄와 관련된 인지 왜곡은 몇 가지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합리화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포장하는 것이다. 둘째는 책임 전가다. 상황이나 타인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