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병인 당뇨병과 백내장에 더해 불면증, 불안장애를 얻었다. 혼자 사는 엄마가 걱정돼 한 달에 한 번 고향 집에 내려가 엄마를 돌봐 왔었다. 고향 집에 갈 때는 편하게 입을 티셔츠와 바지, 속옷과 양말, 스킨, 로션을 배낭에 담아 간다. 여름옷은 괜찮지만 가을옷과 겨울옷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힘들다. 아예 짐을 놓고 다닐까 싶어 엄마에게 “작은 서랍장 하나 살까?”라고 물었지만 사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거 몇 개나 된다고 그래? 들고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아니면 네 아버지가 쓰던 거 써도 되고” “힘들단 말이야” 아차! 일흔을 코앞에 둔 엄마 앞에서 힘들다는 푸념은 백전백패이건만. 엄마는 새치가 하나둘 나기 시작하는 아들의 머리카락을 측은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작은 방 장롱 맨 아래 칸 비워 둘 테니까 거기다 넣어” 내 물건을 넣어 둘 공간이 생기면서 나는 더 많은 물건을 가지고 내려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엔 기모 바지와 수면 잠옷, 수면 양말, 패딩 조끼까지 챙겼다. 장롱은 내 물건으로 금세 가득 찼다. “한 칸만 더 줘. 이걸로는 모자라” 나는 엄마의 장롱 한 칸을 더 분양받으려고 졸랐다. 30대 중반이 되었어도 엄마 앞에
Q. 2025년 6월 5일에 저에게 상해 등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된 약식명령서가 송달됐습니다. 당시 저는 5월 29일부터 6월 13일까지 외부 병원에 입원 중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송달 서류를 직접 전달받은 사실이 없고, 송달 확인 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퇴원 직후에야 약식명령서 내용을 확인했고, 곧바로 정식재판 청구와 청구권 회복청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적법하게 송달되었다”며, 외부 병원 입원 사실이나 송달 시점에 서류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현재 사동 근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인도 황당하다”며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의견서를 써줬지만 구치소 측은 병원 입원확인서 등 즉시항고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지연하고 있습니다. 병원 입원확인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고, 고충처리반에서는 “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송달 시점에 제가 외부 병원에 있었음에도 사동에서 서류를 보관만 하고 전달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하자가 되는지, 그리고 수용자 서명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적법 송달로 판단한 것이 맞는지 알고 싶습니다. 둘째
Q. 저는 현재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인데 재심에 대해 문의 드리고자 합니다. 1. 자수 감경에 대한 판단 누락 보이스피싱 팀장으로 활동하다가, 사건 초기인 2019년 중국에서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서울경찰청 광수대에 자수 의사를 전달하였는데, 담당 형사가 “아직 너 차례가 아니다. 다시 중국에 가 있어라”며 자수를 보류하였습니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몇 년 간 귀국이 지연되다가, 태국에 체류 중 2022년 변호사를 선임해 자수서를 제출하였고 형사와 대사관에 연락해 귀국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인터폴이 집에 와 체포되었다가 태국에서 불법체류 재판만 마치고 석방되었고, 제가 직접 티켓팅해 한국으로 귀국하여 경찰에 찾아갔는데, 판결문에는 태국에서 체포되어 국내에 송환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 재판에서 검찰 구형 10년에 1심 징역 8년 선고, 항소심 징역 12년 10개월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자수에 대한 판단이 없고, 오히려 태국에서 체포되어 국내로 송환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2019년 경찰서 방문, 2022년 자수서 제출 다 증거로 제출했지만 공소장이나 판결문에는 반영
요즘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예전보다 선고 형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2025년부터는 형사공탁 제도가 개정되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단순히 공탁만 해서는 감형을 기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는 피고인이라면 재판에 앞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소한 사실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변호인과의 긴밀한 협력과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려면 재판 초기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통 첫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 내용 전반을 부인하고, 수사기록에 포함된 피해자 진술이나 참고인 진술 등 주요 증거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밝히게 되면 검사는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되면 다음 공판기일에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하게 되고, 피고인 측은 그 진술의 내용과 태도, 일관성 등을 정면으로 검증, 반박할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증언 외에 다른 결정적 증거가 존재하
나는 30년 넘는 세월을 형사법정에서 살아왔다. 매년 수천 건의 사건이 오가는 재판정에서 피고인의 말 한마디, 판사의 판결문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는지를 숱하게 지켜보았다. 또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했고, 범행의 고의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가운데, 최근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을 통해 다시금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인은 일자리를 구하던 중 한 업체로부터 채권 회수 업무를 맡아보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일명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이를 송금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선고하며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범죄에 공동 가공하려는 의사가 결합해 현금을 수거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면 공범이 된다”고 판시했다. 범행 방식이나 전체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신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공범이 된다는 뜻이다. 피고인이 고용업체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높은 수당을 받았다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자주 ‘우발적’이라는 단어를 듣는다. 순간의 분노, 쌓여온 감정,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그 결과는 종종 법의 심판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도 그랬다. 조용한 말투 속엔 무거운 피로가 느껴졌고, 눈빛은 긴 시간 타지에서 버텨온 흔적을 담고 있었다. 그는 수년간 성실하게 일하며 한국에 정착하려 애써왔지만, 믿었던 동포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락이 끊겨 감정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격분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전치 6주의 진단이 나왔다. 뇌출혈을 동반한 상해 사건으로 처벌이 중한 상해죄가 성립될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의뢰인이 외국인이었다는 점이었다. 출입국관리법상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강제퇴거 조처가 내려진다. 실제로 상해죄가 인정되면 집행유예 없이 실형까지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의 삶은 한순간에 끝날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고향에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여기도 못 있고, 거기도 못 갑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법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건 이 사람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자금세탁 사건에서 피고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가장 흔한 논리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쓰라고 통장을 준 것이 아니라, 도박사이트 운영에 사용되는 줄 알고 제공했다”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주장이 재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보통 대포통장을 개설하여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리딩방과 같은 범죄 조직에 제공한 경우, 그 과정에서 유령 법인을 설립했다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동행사죄가 적용된다. 이후 대포통장으로 입금된 자금을 인출하거나 코인으로 환전하는 등의 자금세탁 행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러한 자금세탁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죄 또는 사기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기소된다. 즉, “통장을 넘기긴 했지만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에서 사용할 줄 알았다”는 주장은 곧 일부 무죄를 주장하는 셈이지만, 단순히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무죄를 받을 수 없다. 무죄 주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첫째, 피고인 측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과 다른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며, 둘째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