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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극장’이 만든 스타, 강원도 산골소녀 영자의 비극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깊숙한 산자락.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외딴 마을에 한 부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영자양과 그녀의 아버지는 세상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화전과 약초 캐기로 생계를 이어갔다. 딸 영자는 초등학교 문턱을 잠시 밟았을 뿐 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의 일상은 1997년 오지 취재를 하던 사진작가의 방문을 계기로 외부에 알려졌다. 오지 전문 사진작가 이지누씨는 부녀의 집에 몇 차례 방문하며 그들과 친분을 쌓았고, 부녀의 이야기를 1999년 한 잡지에 기고했다. 이를 계기로 방송국들이 영자 부녀를 찾아 나선 끝에, 2000년 7월 KBS '인간극장'이 산골소녀 영자와 그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5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다섯 편에 걸친 다큐멘터리는 도시 시청자들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했다. 자연과 함께 지내는 부녀의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방송 직후 후원금과 생필품이 전국에서 답지했다. 산골소녀 영자는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에도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을 채 하지 못했던 영자는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서울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다. 그러나 부녀의 삶을 둘러싼 변화

    • 이소망 기자
    • 2025-03-21 16:59
  • 당진 경찰서 형사 C의 자매 살인범 추적기 ⓵

    충남 당진경찰서 강력2팀 형사 C에게 2020년 7월 2일 자정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온 건 송산면 변사 현장으로 출동한 형사팀이었다. 현장에서 두 자매의 사체가 발견됐다며 빨리 현장으로 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살인사건이었다. 형사 C는 강력2팀 팀장과 막내 형사와 함께 서둘러 현장으로 이동했다. 강력2팀이 있던 당진경찰서와 사건 현장이 있던 송산면까지는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 짧은 이동 거리가 그날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형사 C는 수십 가지의 가능성을 떠올렸고, 쉽지 않은 심각한 사건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형사 C는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한 뒤 동료 형사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7층에 멈췄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혀왔다. 끈적한 공기와 함께 강렬한 악취가 밀려들었다. 변사 사건을 많이 겪어본 형사들도 속이 울렁거릴 만큼 견디기 힘든 냄새였다. 악취는 열려 있는 현관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였다. 형사 C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동료 형사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형사 C는 그 냄새만으로 사체의 부패가 심하다는 걸 알

    • 박진규 작가
    • 2025-03-21 15:16
  • “옆에 있는 사람은 죽거나 실명한다"… 죽음 부르는 희대의 악녀

    비극의 시작은 23년 전 봄이었다. 2002년 3월,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명이 된 한 남자가 뇌진탕, 화상, 자상을 연이어 입다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했다. 그에게는 170cm의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이름으로 든 세 개의 보험에서 총 2억8천여만원의 큰돈을 58회에 걸쳐 수령했다. 2002년 3월 남편이 사망한 이후, 그녀의 주변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친어머니, 오빠, 남동생 모두 실명을 하거나 화상을 입었고, 첫 번째 남편이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만나 재혼한 두 번째 남편 역시 골절상, 실명, 화상 등의 상해를 입고 결혼한 지 9달이 채 되지 않았던 2003년 2월 사망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그녀와 관계된 사람 중 5명이 사망하였고, 친어머니와 오빠, 남동생, 가사 도우미 등은 화상을 입거나 실명하는 등의 사고를 당했다. 잇단 상해,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 여인이 바로 단군 이래 최악의 악녀로 불리는 엄모씨다. 엄씨가 2005년 4월 경찰에 검거되며 그녀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던 사건 사고도 멈췄다. 모든 사건의 범인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범죄 심리학자들 사이에선 엄씨가 역대 최악

    • 이소망 기자
    • 2025-03-14 17:29
  • 형사 J 가 잊지 못하는 불쌍한 보험살인 피해자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 강력반에서 형사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30년 차 베테랑이 된 형사 J는 90년대 막내 형사 생활을 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눈앞에 있던 살인범에게 칼부림을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성남시 종합시장 인근의 한 허름한 모텔에서 시작됐다. 당시 감식 교육을 받기 위해 경찰중앙학교에 있던 형사 J는 반장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형사 J가 마주한 현장은 처참했다. 모텔방 한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칼로 38군데를 찔린 시신에서 흐른 피가 방바닥을 넘어 신발장까지 적시고 있었다. 살인의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해당 모텔은 단순한 숙박업소가 아니었다. 불법 도박장을 함께 운영하던 이곳에서 판돈을 잃어버린 도박꾼이 모텔 주인에게 돈을 꾸려다가 주인이 거절하자 무자비하게 난도질을 했던 것이다. 막내 형사였던 형사 J는 팀원들과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추적 끝에 형사들은 살인범이 의정부의 한 지인 집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사팀 전원은 곧바로 의정부로 향했다. 검거작전을 앞둔 형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살인범이 칼을 들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 박진규 작가
    • 2025-03-14 17:22
  • “가출 남편에 복수”… 아들 서울법대 집착한 엄마, 패륜 비극 불러

    2011년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A군이 부엌에 있던 흉기로 어머니 B씨를 살해했다. 존속살해였다. A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안방에 방치하고, 사체 부패 시 냄새가 집 밖으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을 밀폐했다. 당시 집안에는 A군과 B씨밖에 없었다. 군의 아버지이자 B씨의 남편은 2006년경부터 별거 상태였다. 어머니를 살해한 뒤에도 A군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오히려 B씨가 살아있을 때보다 생활 자체는 더욱 자유롭고 편안했다. B씨가 살아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영화 감상을 했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라면도 끓여 먹고 여자 친구와 강릉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B씨를 찾는 이웃과 친지들에겐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갔다’ 등으로 둘러댔다. 그 사이 A군은 수능시험도 치렀다. A군의 범행이 발각된 건 범행 시점으로부터 반년이 훌쩍 지난 11월이었다. 가족과 별거 중이었던 A군의 아버지가 이혼을 결심하고 B씨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A군이 B씨가 해외여행을 갔다고 얼버무리자 광진구의 자택을 직

    • 이소망 기자
    • 2025-03-07 14:57
  • 진주 덕진 경찰서 강력 3팀이 해결한 고준희 양 사건 ⓶

    진주 덕진경찰서 강력3팀은 고준희 양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친부 A 씨, 그의 동거녀 B 씨, B 씨의 어머니 C 씨의 통화내역을 샅샅이 뒤졌다. 그 과정에서 수사팀의 눈길을 끄는 두 가지 통화가 발견됐다. 첫 번째는 이들이 2017년 4월 29일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B 씨가 하동의 한 펜션에 걸었던 예약전화였다. 수사팀은 해당 펜션에 연락해 예약장부를 확인했다. 이날 B 씨가 예약한 인원은 어른 셋, 아이 하나. 그러나 단 두 시간 뒤에 같은 펜션으로 C 씨가 전화를 걸어 어른 셋, 아이 둘로 예약 인원을 변경했다. 강력 3팀의 P 팀장과 강력반 L 형사는 예약 인원 변경에 주목했다. 어쩌면 처음에는 고준희 양을 깜빡 잊고 빼놓았다가 다시 예약을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형사는 실제로 당시 고준희 양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통화 기록이 있었다. 4월 27일 깊은 밤이었던 02시 22분경 A 씨와 C 씨가 짧은 통화를 했다. 단순한 안부였다고 해도 늦은 시간에 통화를 한 것이 수상했다. 하지만 더 수상했던 건 기지국의 위치였다.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했던 장소가 A 씨가 살던 전북 완주나 C 씨의 거주지였던

    • 박진규 작가
    • 2025-03-07 14:53
  • ‘무차별 공격’ 김동민 교도관 살해 사건… 대전교도소에서 벌어진 참극

    1997년 상해치사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원식씨는 수용 생활 전반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복역 중 흉기를 은닉한 채 다른 수형자를 공격하는 범행을 두 차례 저질렀고 이 일로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후 김씨는 교도관들이 다른 수형자들을 통해 자신을 따돌리고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의심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독거 수용 상태였던 탓에 대필 교도관을 곧바로 접견할 수 없었다. 면담 신청을 반복했으나 절차는 즉각 진행되지 않았고 김씨는 점차 자신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여겼다. 면담이 허가된 날 담당 교도관은 김동민 교위였다. 2004년 7월 12일 오전 운동을 마치고 복귀한 김씨는 호출을 받았다. 김 교위가 관련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등을 돌린 순간 김씨는 옷 속에 숨겨 둔 쇠파이프를 꺼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해당 흉기는 빨래를 널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을 세탁물 속에 감춰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피해자는 후두부와 전면부를 여러 차례 가격당한 뒤 현장에서 쓰러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확인한 교정 당국 관계자는 참

    • 이소망 기자
    • 2025-03-05 17:28
  • 불 지른 아들은 도망, 엄마는 “아들이 불 속에”… 소방관 6명 참사

    팬데믹 이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영화업계에 지난 연말 영화 한 편이 깜짝 흥행을 일으키며 모처럼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개봉 8일 차에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한 이 영화의 제목은 <소방관>, 곽경택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주원, 곽도원, 유재명 등이 출연했다. 흥행 이유 중 하나로 20여 년 전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됐다는 사실이 언급되는 가운데, 영화 제작사는 유료관객 1명 당 119원의 성금을 대한민국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한 현금기부를 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서부소방서(현 은평소방서) 대원들은 녹번동 화재 오인 신고로 출동했다가 철수하는 중이었다. 오전 3시 47분, 서울 서부소방서에 한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대문구 홍제동 다가구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대원들이 복귀 중에 들어온 신고였기 때문에 출동시간이 평소보다 단축되었고 평소보다 빠르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방대원 앞을 가로막은 건 불법 주차 차량들이었다. 골목을 가로막은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었고 대원들은 결국 20kg가 넘는 장비를 직접 들고 화재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

    • 이소망 기자
    • 2025-02-28 16:32
  • [박진규의 수사반장] 진주 덕진 경찰서 강력 3팀이 해결한 고준희 양 사건 ⓵

    2017년,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강력3팀의 P 팀장과 L 형사는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을 만났다. 다섯 살 어린이가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경찰대학 출신의 젊은 P 팀장과 베테랑 형사였던 L 형사는 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아이의 이름은 고준희, 사건의 시작은 고준희 양의 아버지 A 씨(남성, 30대 중반)와 그의 동거녀 B 씨(여성, 30대 중반)의 실종 신고였다. 2017년 12월 8일 오후 1시, 전북 전주 아중지구대를 두 남녀가 다급하게 찾아왔다. “제발 우리 딸 좀 찾아주세요” A 씨와 동거녀 B 씨였다. 5세였던 딸 고준희 양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실종된 시점이 한 달이나 지나있을 때였다. 사건을 접수한 전주 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실종된 고준희 양이 살던 곳부터 확인했다. 고 양은 친부의 동거녀였던 B 씨의 어머니 C 씨(여성, 60대 초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수사팀은 고준희 양이 살던 빌라 주변 CCTV부터 순차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날 덕진경찰서 강력3팀 P 팀장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하지만 종일 올리는 수사팀의 메시지로 마음 편히 쉴 수는

    • 박진규 작가
    • 2025-02-28 16:26
  • “내 사위와 바람” 망상… 재벌가 사모의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

    2016년 2월 23일, 경기도 하남시 어느 주택에서 중년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65㎝의 키에 38㎏의 체중이었고 시신 주변으론 빈 소주병과 맥주병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에 따른 일종의 아사였다. 숨진 A씨가 살던 주택에선 창 너머로 검단산이 잘 보였다. 검단산은 그때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 A씨의 딸이었던 하모양(당시 만 21세)이 주검으로 발견된 곳이다. 이화여대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하모양은 발견 당시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고, 얼굴에 4발, 뒤통수에 2발의 총상이 있었으며 구타의 흔적도있었다. 가족들은 하양의 시신이 발견 되기 10일 전 실종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수영하고 오겠다고 새벽에 집을 나선 하양이 돌아오지 않자 신고와 함께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양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원한 관계에 얽힌 범행을 의심했다. 경찰이 주목한 점은 하양의 아버지가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모씨 측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소송’이었다. 윤씨는 판사였던 자신의 사위가 사촌 동생과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판사 사위의 사촌 여동생이 바로 A씨의 딸, 하양이었다. 중견기업 영남제분의 사모로

    • 이소망 기자
    • 2025-02-24 12:09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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