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JK [담장 너머 우체부] 객관적 증거 없는 강제추행 혐의 피해자 진술이 유일 증거일 때

 

Q. 저는 지금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야외 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공용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고, 여자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있으니 문 앞서 들어올까 말까 하는 것 같아 소변만 본 뒤 나오다 어깨를 부딪혔습니다. 정말 그게 다였는데 여자 둘이 제가 피해자들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고, 한 명은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제가 욕을 했다고 강제추행으로 신고를 하였습니다.


신체 접촉이라곤 어깨를 부딪히고 사람이 딱 부딪히면 그냥 저도 모르게 아 시발이 나오는 건데 CCTV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과거 3년전 강제추행으로 동종범죄와 현재 사기건 고소 당한 게 있었는데 구속이 되어버렸습니다.


조사 때 저는 처음부터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가 욕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추행이라고 볼 수 있나요?


구속되고 사기 건은 합의를 보았는데 누범기간이라 강제추행 건이 문제입니다. 현재 합의를 시도 중인데 1심에 실형가능성이 많나요?


그리고 합의를 해도 억울한 건 화장실 구조상 공간이 좁아 부딪칠 수도 있는데, 그걸 고소인들 주장만 믿고 동종전과가 있다는 것만으로 아무런 증거 없이 추행으로 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순히 화장실을 나가는 과정에서 스치거나 지나갔을 뿐인데, 이게 고의적인 신체 접촉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하는 말이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자백으로 가고 합의하자고 해서 자백으로 재판을 받는데 지금 변호사가 하는 일이 그럼 뭔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변호사 말이 맞는 건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억울한데, 피해자들 진술이 서로 맞아떨어지면 법원에서는 무조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나요? 변호인 측에서 반박할 방법이 있을까요?


또 한 가지 궁금한 건, 만약 유죄가 나올 경우 신상정보 등록이 되는지입니다. 저는 직업상 신상 공개나 취업 제한이 걸리면 굉장히 불리한 상황인데, 혹 벌금이 나오면 이번 사건에서 신상정보 공개나 취업 제한 명령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나요? 두서없는 질문이지만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구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질문의 요지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귀하가 야외 공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가다 여성 2명과 신체 접촉이 발생한 상황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여성 2명(‘피해자들’로 칭하겠습니다)은 귀하로부터 추행(각각 엉덩이를 주무르고, 어깨를 감싸 안으며 욕설)을 당하였다고 신고한 반면, 귀하는 공간이 좁아 어깨를 부딪혔고 그 과정에서 욕설을 한 사실은 있으나 추행행위는 전혀 없어 수사단계에서부터 강제추인 사실을 부인했지만, 공판을 앞두고 피해자들과 합의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귀하는 3년 전 동종 성범죄 전과가 있어 누범기간이고, 사기로 고소당한 상황이며, CCTV 등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만으로 혐의사실이 인정되어 기소에 이르렀으며, 이에 담당변호사가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니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권유하고 있는데,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변호사 말처럼 자백하고 합의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반박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고, 1심에서 실형 선고 가능성이 있는지, 유죄 선고시 벌금이 나오면 신상정보 등록, 정보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는지 문의하셨습니다.


1. 무죄추정의 원칙(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vs 성범죄 증명의 특성


귀하가 가지는 근본적인 의문은, 객관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성범죄가 인정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앞서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며(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범죄의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므로,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공소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다만 성범죄 중 무죄를 다투는 사건은 대개 목격자나 CCTV 등이 없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진 남녀 사이의 내밀한 신체접촉이 문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피해자진술 이외에 달리 증거를 찾기 어려우므로, 무죄추정원칙을 엄격히 관철한다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므로 판례는 성범죄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성범죄에 있어서는 ‘무죄추정’이 엄격하게 실현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는 위와 같이 당사자의 상반된 진술 이외에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성범죄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면 신빙성을 배척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길고 어려운 법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간단히 요점만 정리하자면 ① 우리 판례는 성범죄의 특성상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지 않는다, ② 성범죄는 객관적 증거나 목격자가 거의 없으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지 않는다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③ 최근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할 정도의 신빙성을 요구하여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며,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여야 하고,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반면 최근 대법원은, 2세 때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은 중증장애인인 피고인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린 후 피해자 옆자리로 당겨 앉아 신체접촉을 한 사건에서 ‘빈자리 채워 앉기’라는 자폐성 장애의 강박행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여 균형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피고인이 일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의 경우 객관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으므로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피해자 2명과 피고인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므로 불가피하게 피해자 측과 피고인 사이에서 누구 말이 더 믿을 만한지 즉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① 판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지 않는데다가, ② 사건 직후 피해자들의 신고와 진술이 이루어졌고 그 내용이 서로 일치한다면, 피고인과 일면식도 없어 특별히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가 없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아 보이는 반면, ③ 피고인은 동종전력 누범기간 중이어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불리한 입장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염두하고 보면, 피해자 2명의 진술이 서로 일치되고 일관되는 이상 피해자들 진술만으로 동종전과를 가진 피고인에 대하여 강제추행 유죄가 선고될 수 있는데, 누범기간 중이므로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아니하는 이상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며, 설령 피해자들과 합의하더라도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그럼 변호인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수사단계에서는 피고인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도록 조력하는 것입니다.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객관적 정황이나 기타 정황증거와 부합하여야 하고, 상식 또는 경험칙에 반하지 아니하여야 합니다.

 

또한 과거 범죄와 현재 범죄의 모습이 서로 차이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피고인이 과거 범행 이후 지금까지 성실히 살아온 만큼 피고인의 전과만으로 유죄의 심증을 가져서는 안 되며 구체적 증거에 기반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여야 합니다.


반면 피해자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합니다.

 

예컨대, 피해자의 사건 초기 신고내용과 경찰 조서 사이에 진술이 불일치하거나, 추행행위에 있어서 시간의 선후나 방법이 모순되거나 진술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거나, 두 피해자간 서로 진술이 모순되거나, 진술의 일관성 없이 다른 피해자의 진술에 맞춰 진술이 바뀌는 등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피고인이 피해자 “어깨”에 신체접촉을 하며 “욕설을 하였다”는 부분에서 진술이 공통되는데, 어깨를 부딪쳐 순간 욕설이 나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매우 자연스럽고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행동으로 상식과 경험에 부합하는 반면, 피해자 주장처럼 피고인이 어깨를 감싸 안는 상황에서 굳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신빙성이 부족하며,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어깨” 부위의 신체접촉이 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어깨가 부딪치고 욕설을 듣자 악감정을 가지고 허위로 고소에 이르렀을 동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장사진을 통해 좁은 화장실을 나가는 과정에서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불가피한 신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피해자 진술 내용이 사건 발생 장소의 물리적 구조와 부합하지 않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기소 이후에는 변호인의 증거기록 열람등사가 허용되므로, 본격적으로 증거관계를 파악하여 사건의 유·불리를 판단하고 재판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할지 아니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 자백하고 합의하여 형을 감경할지 예상되는 소송진행 방향을 정확히 안내하고, 피고인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변호인은 증거기록을 철저히 분석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예상되는 결과가 피고인에게 불리할 것이 명백하다면 자백하고 합의할 것을 권유하는데, 똑같이 자백을 권유하더라도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 및 사건을 수행하는 방식은 변호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담당 변호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변호인이 사건 수행과정에서 보여준 불성실함이나 미숙함 때문인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무죄 주장을 하지 말고 자백하라고 하기 때문인지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라면 변호인을 해임하고 교체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나, 후자라면 본인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과연 무죄 주장이 본인에게 유리할지 스스로 심사숙고하여야 합니다.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다가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 유리한 양형사유인 ‘진지한 반성’이 없어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처벌을 감수하면서 억울함을 풀기를 원한다면 변호인에게 분명한 태도로 무죄 주장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담당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3.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의 경우


성범죄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10~30년 동안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벌금형의 경우 10년, 3년 이하의 징역의 경우 15년, 10년 이하의 징역의 경우 20년, 10년을 초과한 징역의 경우 30년의 등록기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추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성범죄 재범이 없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잔여 등록기간을 면제하는 등록 면제제도가 있습니다. 등록대상자는 신상정보를 최초로 등록한 날로부터 최소 등록기간(10년→7년, 15년→10년, 20년→15년, 30년→20년)이 경과하면 범죄경력조회서를 첨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신상정보 등록의 면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의 경우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면제 가능하므로, 범행 태양이 경미하고 우발적 신체접촉에 의한 범행으로 재범의 위험성이 낮으며 그로 인해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이 커서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거나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4. 마치며
본 사안은 객관적 증거 없이 상반된 당사자 진술만 존재하는 전형적인 성범죄 사건으로, 법원의 ‘성인지적 관점 유지’ 경향과 피고인의 불리한 동종전력을 고려할 때, 피해자측 진술의 증명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피해자 진술도 합리성, 객관적 정황 등을 종합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증거기록을 분석하여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변론 방향을 정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