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자주 문의하시는 ‘항소이유서’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형사 항소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불변기간”으로, 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제출기한을 놓치는 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질문을 받는 부분을 Q&A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으니, 독자 여러분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제가 1심 선고를 받은 후 아직 사선변호인 선임을 못 했는데, ‘나의 사건 검색’에 ‘상소법원으로 송부’라고 기재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빨리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한데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A. 우선 항소이유서 제출까지의 절차를 개괄적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형사 항소를 하고자 하는 피고인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1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합니다.
항소장이 제출되면 1심 법원은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항소심 법원으로 보내고, 항소심 법원은 이를 송부받은 후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을 접수받았음을 통지합니다. 이를 “소송기록 접수 통지”라 하는데요.
항소를 한 피고인은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형사 항소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불변기간”으로,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가 기각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절차를 놓고 보면, 질문자 분의 경우에는 이제 막 1심 법원에서 항소심 법원으로 기록이 넘어간 상황이고, 아직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해당 서류를 받으면 그때부터 20일 이내에 제출하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원래 민사 소송에서는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 올해 3월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민사 소송에서의 항소이유서도 40일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항소가 각하됩니다. 항소심에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Q. 저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후에 사선변호사님을 선임했는데, 이 경우에는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기산일이 언제인가요?
A. 설명드린 것처럼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의 기산일(=시작점)이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 송달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기준이 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기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자칫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놓쳐서 재판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항소가 기각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사선변호인을 선임한 경우에는 그 기준이 간명합니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기 전에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으면 항소 법원은 그 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하므로, 이 경우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기산일은 ‘그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이 됩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후에 사선변호인이 선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할 필요가 없고, 설령 사선변호인에게 통지를 하더라도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피고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계산됩니다.
즉, 사선변호인을 뒤늦게 선임했다면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기산일을 2배로 잘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Q. 저는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1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제가 여러 군데 상담을 받는 사이에 이미 국선변호인이 지정됐는데, 이번에 사선변호인 선임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선 쪽에서 이미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제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기산일은 언제부터인가요?
A. 구속 사건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다면 항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국선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계산되는 것이 맞는데요.
그런데 질문자의 상황처럼 필요적 변호 사건에서 항소 법원이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으나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고 있던 중,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내에 피고인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함에 따라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이 취소된 경우에도 기산일은 동일하게 국선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계산되는지 문제가 제기됩니다.
왜냐면 만약 이때도 피고인 또는 종전 국선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계산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은 이미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일부 도과한 상태에서 남은 기간 중에 기록을 검토하고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20일보다 단축되고, 극단적인 경우 그 기간은 1일 미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는데요. 그러나 아쉽게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소 법원은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할 필요가 없고,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피고인 또는 종전 국선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대법원 2018. 11. 22.자 2015도10651 전원합의체 결정).
즉, 사선변호인을 늦게 선임하면 항소이유서 제출 마감일까지 충분한 기록 검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선임은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고, 만약 이미 늦어진 상황이라면 우선 간단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해 두고, 추후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충하는 ‘항소이유보충서’를 내는 방향으로 사건을 진행해야 합니다.
Q. 저는 구속 수감 중인데 정말 기막힌 일을 당했습니다. 변호사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놓쳐서 항소가 기각됐고, 1심에서 선고받은 형량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다퉈볼 길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한데요. 저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A. 감히 질문자 분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위로의 말씀부터 건네고 싶습니다.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도 심각한 사안으로 보기 때문에 일이 발생하면 뉴스에 보도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로펌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해볼 수 있습니다.
민법에 의하면 변호사는 위임 계약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지므로 기한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될 수 있는데요. 다만 원고의 청구가 무한정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재판부에서 항소 및 상고 기각으로 인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해서 판단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과 관련하여 저희가 자주 받는 질문들을 다뤄봤습니다. ‘이론적인 내용’은 빼고, ‘실무에서 자주 다뤄지는 쟁점’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