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독립몰수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독립몰수제란 유죄 판결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재산이 범죄 수익으로 확인될 경우, 별도의 절차를 통해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사안에서 논의되던 방식을 일반 형사사건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범인의 사망이나 도피로 공소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은 반드시 환수해 야 한다는 논리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필자는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독립몰수제가 지닌 위헌 성과 구조적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이 제도는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 절차 속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 에게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형사 사법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혼란 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범죄 수익이 제3자에게 귀속된 경우, 국가가 그의 악의를 입증해야만 해당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확립된 법리다. 만약 독립몰수제를 이유로 제3자가 선의임에도 국가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신설한다면, 이는 민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이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 비슷한 주제를 묶어서 정리해드리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얼마 전 구치소에서 공소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죄명 부분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죄명이 함께 기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중 억울한 부분도 있는데, 혹시 이 죄명들은 하나로 묶여서 판단되는 건가요? 아니면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부당하게 형량이 많이 나올까봐 무척 걱정됩니다. A. 경찰이 수사를 할 때, “지금부터 ○ ○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질문자분처럼 기소되고 난 후에야 적용된 혐의를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고소와 수사 절차와 관련하여 특히 질문이 많은 들어오는 주제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알고 나면 단순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보았으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수용자입니다. 얼마 전 진행한 수사 접견 이후로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제 사건의 피해자와 합의도 했고, 피해자 쪽에서 직접 처벌불원서도 써줬는데요. 그래서 이제 사건이 끝난 줄 알았는데, 경찰에서는 송치할 거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왜 사건이 끝나지 않는 건가요? A. 질문자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제가 은근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곧 사건의 종료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 형사소송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범죄 중에는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국가가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대표적으로 폭행죄, 명예훼손죄 등이
최근 한미 팩트시트(Fact Sheet)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필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려운 외교 환경 속에서 협상을 이끌어 낸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부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국익을 위해 힘을 쏟은 수많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협상 타결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의 소회는 필자의 시선을 특히 오래 붙잡았다. 외교적 압박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오늘의 형사재판을 대하는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번 협상은 우리의 의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기보다 국제적 역학관계와 힘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협상안이 추상적 문헌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치적 시각에 따라 오해의 여지가 많아 내부에서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통령이 꼽은 가장 어려운 지점은 외부의 압박보다 오히려 내부의 조급함이었다. “빨리 합의하라. 시간 끄는 것은 무능의 증거다”라는 비판과 압박 속에서 그는 한동안 “참으로 힘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집행유예’를 둘러싼 질문들 중 세 가지를 추려서 하나씩 자세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제도가 바로 집행유예입니다. 판결문에는 단 몇 줄로 적혀있지만, 실무에서는 집행유예 결격, 취소 등과 관련하여 헷갈릴 만한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가급적 이해하시기 쉽도록 예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하니, 이번 내용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편히 연락주세요. Q. 변호사님, 저는 예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그때 기소되지 않았던 추가 건이 이제야 불거졌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실형이 선고되는 건가요? A.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변호사님, 집행유예는 평생 한 번만 가능하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습니다. 저도 왜 이런 잘못된 정보가 퍼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행유예가 평생 한 번만 가능한 제도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먼저 집행유예의 개념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집행유예란 피고인에게 형을 선고하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수사나 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쟁점은 아니지만, 의뢰인들이 답답함을 느끼시고 자주 궁금해하시는 실무적인 질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수사나 재판이라는 큰 틀과는 별개로 사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불편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형사사건이 법정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생활 전반과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의문들을 실제 절차와 함께 정리해 보았으니 <더시사법률> 독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형사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큰 지출이 있어 지금 당장은 벌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벌금을 바로 내지 않으면 바로 구속되는 건가요? A. 일단 벌금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판결이 바로 확정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판결 선고 후 1주일의 항소 기간이 있으며, 기간 내 항소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판결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판결 확정 이후에 검찰로부터 벌금 납부 통지를 받게 되는데요. 그때부터는 30일 이내에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이 기한 내에 납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