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상담원도 추징 대상? 사례로 보는 실전 대응법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추징’과 관련해서 자주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추징’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한 차례 설명해 드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한 질문들에 답해드리고자 합니다.


추징이 선고되는 사건에서는, 범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피고인의 기존 재산까지 빼앗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에 계신 분 중에는 당장 선고될 형량보다 추징금 문제를 더 걱정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제가 자주 받는 질문들을 위주로, 최대한 알기 쉽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이 추징 선고에 대비해 방향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제가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이 적발되어 대부업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면회 온 가족들이 제 계좌가 모두 정지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통장에 있던 돈은 쓸 수가 없게 되는 건가요?


A. 질문자분의 경우에는 ‘추징보전조치’가 내려진 상황으로 보입니다. 추징보전이란 민사 절차로 치면 ‘가압류’와 유사한 개념인데요.

 

추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 피의자가 재산을 미리 빼돌리지 못하도록 수사기관이 법원에 해당 재산을 동결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입니다.


보통 피의자가 소유한 부동산, 차량, 계좌 등이 추징보전 대상이 되며, 최근에는 피의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까지도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일단 추징보전이 된 재산에 대해서는 함부로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수사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니 이 부분을 미리 인지하고 주의하셔야겠습니다.


Q. 저는 리딩방 상담원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먼저 재판을 받은 공범들이 모두 추징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저도 범죄 수익금만큼 추징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제 명의 재산이 없기 때문에 집행은 안 될 것 같은데 혹시 부모님이나 아내 명의 재산에 집행이 될 수도 있을까요?


A. 이 경우 검찰에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추징이 선고되더라도 가족 명의의 재산에 대해서까지 집행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인 A의 재산이 타인인 B 씨 명의로 돼 있다면, 검찰이 B 씨에 대해 별도로 채권자대위소송을 하거나, B 씨 명의로 넘긴 재산에 대해 채권자취 소소송을 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원이 “A 의 범죄수익을 B로부터 추징한다”고 판결하면 채권자 대위소송을 건너뛸 수 있는 ‘제삼자 추징선고’ 제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1심에서 제삼자가 재판에 참여하기 전에 선고를 해버리면 할 수가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피의자의 재산이 제삼자 명의로 형성된 부분에 대해 수사 단계에서 특별한 조사나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검찰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원이 제 삼자 추징을 선고하는 사례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참고로, 최근 검찰이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라임 사태 △머지포인트 사태 등 3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저는 보이스피싱 전화상담원으로 가담했던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추징이 선고된다고 하는데, 얼마 전 먼저 선고받은 공범은 검사의 추징 구형이 기각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추징 선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질문에는 100% 단정적으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범죄단체가입‧활동죄가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추징이 선고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히 판사가 재량으로 추징 선고를 생략한 것이 아니라 수사 및 재판 진행 과정에서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근에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희 의뢰인은 전화상담원으로 기소되었고, 검사는 추징 구형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검사 구형에 법리적인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여 추징 구형을 기각시켰습니다. 자세히 설명드리면, 보이스피싱 전화상담원 사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추징 선고가 이루어집니다.

 

‘범죄단체가입‧활동죄’로 기소된 경우, 범죄 수익이 범죄 피해 재산인 경우에도 추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공소장을 자세히 살펴보니 의뢰인의 경우에는 사건 두 개가 병합이 되었고, 한 사건은 ‘범단죄’ 없이 ‘사기죄’로만 기소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동법에 의하면, ‘사기죄’로만 기소된 사건에서는 범죄 수익이 범죄 피해 재산에 해당하면 몰수,추징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몰수나 추징을 하게 되면 피고인의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데, 피해자가 돌려받아야 할 돈이 국고로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이 경우 피해자는 민사 소송 등을 해야합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범단죄’로 기소된 사건만 추징을 할 수 있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범죄수익이 얼마인지 특정할 수 없으므로 추징 선고를 할 수 없다고 다퉜고 이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 입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리려고 했지만 어렵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관련 사건이라 해서 먼저 진행된 사건과 항상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자료를 통해 판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Q. 저는 보통의 피고인들과 달리, 「부패재산몰수법」이라는 다소 생소한 법률에 의해 검사가 추징 구형을 했습니다. 추징금 액수가 너무 커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데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범죄수익 환수와 관련하여 해석이 어려운 이유는 몰수·추징에 관한 규정이 여러 법에 산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몰수·추징을 규정한 국내법만 △형법 △부패재산몰수법 △공무원범죄 몰수법 △마약불법거래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불법정치자금 몰수법 총 6개입니다.


여기서 「부패재산몰수법」의 경우, 앞에서 설명드린 것과 다르게 ‘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범죄 피해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에 의해 추징 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진행한 사건 중에도,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 사이에 피해 회복을 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입증하여 피해회복이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1심에서 61억 원 추징금이 선고됐는데 2심에서 전부 추징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을 뒤집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처럼 추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어떤 법률이 적용됐는지에 따라 다툴 쟁점도 달라지므로, 이 분야 사건 진행 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