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분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참 많은 질문을 받는 주제가 ‘추징금’과 관련된 것입니다.
일단 구속 피고인에게 추징금이 선고된 경우 이를 미납하면 가석방이 불가능합니다.
가석방 업무 지침에서 추징금이 있는 자는 완납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석방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기에, 납부할 수 없는 수준의 추징금을 받았다면 마음이 무척 심란하실 것입니다.
형량을 적게 받은 경우에도 추징금 때문에 고민이 클 수 있습니다.
재산에 추징보전조치가 되어 있을 때입니다.
재판에서 추징금이 확정되면 결국 재산에 압류‧경매가 진행되는데, 추징보전조치 된 재산이 많다면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 중에는 당장 형량을 받는 것보다 추징금을 많이 받아서 재산을 빼앗기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재판을 받을 때는 항상, 형량을 적게 받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추징금이라는 ‘불의타(不意打)’를 맞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희가 자주 받는 질문 중 몇 개를 뽑아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Q. 제가 도박사이트 직원으로 근무를 했는데 지금 보유 중인 자동차에 추징보전조치가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사장’이 아닌 ‘직원’은 추징금을 뺄 수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아니라는 말도 있어서요. 어떤 말이 맞나요?
A. 일단,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징금을 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과거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추징을 할 때는 직원은 추징금을 받지 않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직원도, 본인이 받은 급여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부 추징이 선고됩니다.
누군가가 단지 직원이라는 이유로 추징금을 뺄 수 있다고 설명한다면, 바뀐 법리를 모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모든 상황에서 추징금 선고를 피할 수 없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검토가 필요한데, 예를 들면 저희는 검사의 추징금 산정에 오류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여 추징금을 전부 제외시킨 케이스가 있습니다.
또 추징 선고 자체를 피할 수는 없더라도 그 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 잘 검토해보셔야겠습니다.
Q. 저는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현재 ‘총책’으로 기소되어 1심 재판을 받았습니다. 검사가 저한테 5억 원을 구형했는데 그대로 선고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아니라 부패재산몰수법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법률이 적용되어 추징된 것이라고 하는데 다툴 방법이 없나요?
A. 어려운 부분은 빼고 쉽게 말씀드리면, 「부패재산몰수법」은 아무 데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조건’이 있을 때만 적용이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재산에 관해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요.
따라서 이 법률에 의한 추징을 구형(또는 선고)받았다면 과연 그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적법한 추징 구형(또는 선고)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제가 맡은 사건 중에는, 해당 법률 적용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다투어서 비상장주식 사기 총책이 1심에서 추징금 61억 원을 선고받았는데 2심에서 전액 기각시킨 사례도 있으니, 질문자께서도 「부패재산몰수법」의 적용이 과연 가능한 상황인지 그 부분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Q. 저는 도박사이트 ‘사장’으로 연루되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추징 선고 자체는 피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제가 현금으로 수익금을 정산했기 때문에 제가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 검사가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추징금이 어떻게 산정되나요?
A. 범죄 수익을 계좌로 받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고, 많은 경우 현금으로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수익금을 산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없으니 추징금 선고를 못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질문도 많이 받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추징금은 엄격한 증명이 아닌 자유로운 증명만 있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증명’, ‘자유로운 증명’, 용어가 참 재미있는데요.
아주 쉽게 말하면 추징액을 정할 때도 증거는 있어야 하지만, 그 증거가 조금 빈약해도 된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조사를 받을 때 “대충 한 달에 1천만 원 정도 번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면,
그 말을 근거로 추징금을 산정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이 경우, 1천만 원 × 범행 가담 기간을 해서 나온 금액으로 추징 구형을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조사를 잘 받는 게 중요하고, 이미 조사를 잘못 받았다면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추징금 끝까지 버티면 안 낼 수도 있지 않나요? 시효 소멸한다는 말이 있던데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은 안에 계신 분에게도, 또 바깥에 계신 분에게도 저희가 빠짐없이 받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안 낼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니 이 궁금증에 대해서는 저희도 무척 공감이 됩니다.
실제로 「형법」에서는 추징의 경우, 추징과 관련하여 시효를 중단하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5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시효가 지나면 안 내도 되니 5년이 지날 때까지 버티면 되지 않나, 사람이라면 다 그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청 집행과에서는 추징금 납부자들을 그룹별로 관리하면서,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통장, 유체동산 압류 등 시효를 중단할 수 있는 조치를 하기 때문에 추징금이 시효로 소멸할 가능성은 현실로 매우 낮습니다.
Q. 추징금을 미납하게 되면 다시 교도소에 가게 되나요?
A. 여기서 추징금과 벌금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추징금은 불법적으로 번 돈을 국가가 반환해 가는 것이고, 벌금은 지은 죄에 대해 처벌을 목적으로 돈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징금을 미납해도, 재산에 압류는 할 수 있지만 벌금처럼 노역장에 유치하는 환형이 불가능합니다.
안 낸다고 해서 교도소에 가지는 않는 것입니다.
참고로 벌금을 안 내면 노역장 유치가 가능하지만 이는 최대 3년까지만 가능합니다.
즉, 100억 원 벌금을 받았다고 해도 3년만 노역장에서 일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루 일당이 100억 원을 1,095일(365일 × 3년)로 나눈 1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되네요.
그래서 황제 노역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이상, 추징금과 관련하여 자주 받는 질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섞여 있어도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안 사람께서 직접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결국 재판 과정에서 형량뿐만 아니라 추징금도 미리 법률 대리인과 함께 챙겨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