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준호 변호사 다이어리] 담당 경찰, 검사가 변호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수사관은 피의자 편 되기 어려워
변호인은 함께 뛰는 러닝메이트
당장 결과를 보장하면 주의하고
선임 전에 경험과 결과 확인해야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앞둔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수사관이 그러는데 별것 아니니 변호사 없이 그냥 혼자 가서 조사받아도 된다고 하던데요?”, “변호사 선임하는 것보다 피해자와 합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같은 이야기들이다. 단순히 전해 들은 이야기를 꺼내놓는 질문처럼 들리지만, 결국 이 질문의 핵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변호사가 정말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께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나중에 피의자의 유죄 여부를 판단하고, 실제로 형량을 정하는 주체는 ‘판사’이지 ‘경찰’이나 ‘검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찰과 검찰은 어디까지나 피의자에게 어떤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이들은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며, 피의자가 나중에 받을 처벌을 줄이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입장에 있지 않다.


오히려 경찰과 검사는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를 규명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편의를 봐주거나 유리한 처분을 한다거나, 조사과정을 소홀히 했다가는 오히려 ‘부실수사’ 논란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또한 경찰이나 검사 입장에선 수사과정에 변호사가 없는 것이 당연히 더 편하다. 딴지를 걸 사람도 없고, 변호인 없는 피의자에게 겁을 준다거나 구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변호사 선임과 관련해 진실된 조언을 해주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게 되면 피의자가 본의 아니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고, 피의자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인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


농구의 신이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도 혼자 힘만으로 정상에 오를 수 없었다. 그에게는 그의 잠재력을 믿고 끊임없이 조율해준 명감독 필 잭슨이 있었다. 야구에서 투타의 천재 오타니 쇼헤이 역시 마찬가지다. 오타니 곁에는 그의 가능성을 믿고 뒷받침 해주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있었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그 재능을 어떻게 다듬고 활용할 것인지는 지도자들의 섬세한 조언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투 역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이크 타이슨 또한 예외는 아니다. 어린 시절 방황하던 타이슨은 커스 다마토라는 뛰어난 코치를 만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다마토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사생활 문제와 경기력 저하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제아무리 뛰어나고 재능이 있는 선수라도 옆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균형을 잡아주며 더 큰 목표를 향해 뛰어주는 감독과 코치는 필요하다.


형사 사건 역시 다를 바 없다. 당사자가 사건의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일수록 오히려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전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야가 좁아진 상태로 재판장에 들어서게 되면 오히려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변호사 비용을 아끼면 합의금을 더 많이 제시해 합의가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계산이 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합의 과정은 단순히 얼마를 제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부터 합의서 형식과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수많은 절차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수임료를 지출하더라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변호인은 사건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전략을 제시하는 코치이자 러닝메이트 같은 존재인 것이다.


물론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그 변호사가 나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코치’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변호사는 단순히 절차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닌 사건의 특성과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피의자가 도박사이트 운영이나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데 변호사가 그 시스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결국 변호사는 기초부터 하나하나 공부를 해야 하고, 그사이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피의자는 자신이 낸 수임료로 변호사에게 도박사이트 사건을 가르쳐 주는 셈이 되어 버린다. 내 돈이 ‘변호사를 위한 수업료’로 전락하는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당장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변호사 말에 마음을 홀릴 것이 아니라 내 사건과 비슷한 유사 사건을 얼마나 많이 수행해 봤는지, 실제로 그 사건들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 냈는지를 꼼꼼히 확인해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변호사 선임은 앞으로 함께 할 동반자이자 조력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 글이 변호사 선임을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