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형사 재판에 휘말리게 되면 무척이나 막막합니다. 당장 형사 처벌을 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행 과정이나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광고 글이어서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운데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면 직접 움직일 수 없기에 답답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저희 변호사들은 매일 하는 업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은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간 수많은 접견 상담을 하면서 깊이 공감해 왔습니다. 이에 오늘은 많이들 헷갈리시고 궁금해하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에 대해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알고 있으면 도움 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Q. “변호인의견서‧변론요지서‧항소이유서, 어떤 서류가 제일 중요한가요?”, “저희 변호사님이 의견서는 제출하셨는데 변론요지서를 안 내는데 괜찮은가요?”, “저희 변호사님은 항소이유서는 안 냈는데 이 서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A. 저희가 상담 과정에서 직접 들은 질문들입니다.
일단 ‘변호인의견서’, ‘변론요지서’, ‘항소이유서’는 모두 피고인의 주장이 담긴 서류이고, 어떤 제목으로 제출되든 경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주장이라고 해서, 변호인의견서에 기재된 주장보다 재판부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서류들은 ‘언제 제출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특별히 ‘항소이유서’의 경우에는 서류 제출 자체에 법률 효과가 발생하니 이 점은 꼭 알고 계셔야 합니다.
먼저 ‘변호인의견서’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이나 증거에 대한 의견을 비롯하여, 공판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 측에서 재판부에 의견을 개진할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 제출하는 서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재판 과정에서 증인 신문이 진행되었는데 증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증인 신문을 하는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겠지만, 추가적인 반박이나 자료 제출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증인 신문이 끝난 후,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증인의 거짓말에 반박하는 의견서를 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증인 신문에서 유리한 진술이 나왔다면, 그 증언을 한 번 더 강조하는 의견서를 낼 수도 있겠지요.
이처럼 변호인의견서는 기일 진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판사님께 특별히 개진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제출하는 서류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변론요지서’는 말 그대로 변론의 요지를 기재한 서류입니다. 즉,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모든 주장을 다 한 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총정리하여 그 요지를 정리한 서면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재판 진행 중에 A, B, C, D, E라는 주장을 하였는데, 재판을 진행하다 보니 E 주장은 철회해야 할 것 같고, B 주장을 가장 강조해야 할 것 같다면 변론요지서에는 B, A, C, D라고 판사님이 보기 좋게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입니다.
즉, 변론요지서는 반드시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아닙니다. 해당 서류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판사님이 그동안 피고인이 했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이미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충분히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했다면,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서류가 될 뿐이어서 재판 진행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서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고 재판부에서도 결론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사건이라면,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총정리해서 제출하는 것이 도움 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변론요지서는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서류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소이유서’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서류도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주장이 기재된 서류이기는 하나, 정해진 기간 내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항소기각 결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소심에서는 항소이유서에서 밝힌 사유에 대해서만 다투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는데, 나중에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실 오인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주 세부적인 주장까지 항소이유서에 전부 밝혀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주장하고 싶은 사유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밝혀두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답변을 정리하면, ‘변호인의견서’는 기일에 특별히 의견을 밝힐 것이 있을 때 제출하는 것이고, ‘변론요지서’는 피고인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제출하는 서류입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님이 변호인의견서는 제출했는데 변론요지서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재판이 잘못 진행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상담한 사건 중에는 변호사가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법률적으로 무지한 의뢰인을 속이려고 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도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형사 재판에서 제출되는 서류와 관련하여 자주 받는 질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 보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변호사도 참 많지만, 의뢰인이 법률적으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편하게 사건을 진행하는 변호사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수감되어 있는 분들은 혹여나 본인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하여 속을 끓이고 항의하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상담을 받을 때는 저희도 정말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 글을 쓰면서 또 한 번, 변호사로서 항상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유지하며 내 가족의 사건처럼 진행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해 봅니다. 모두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