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이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법.알.못 상담소’ 코너는, 구치소에 계시는 안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하시지만 상세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주제를 정해서 설명을 드리는 코너입니다.
지난 코너부터 ‘형사 재판 절차’를 주제로, 체포부터 1심 공판기일이 지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앞선 내용에 이어서 그 후 진행되는 1심, 2심, 3심 재판 과정을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구치소 안에서 막연한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봄날의 단비처럼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Q. 1심 재판은 몇 번이나 진행되나요?
A. 지난 회차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기소 이후 대개 일주일 내외로 공소장을 받으시게 되고, 2~3주 안에 1심 첫 공판기일이 지정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저희가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공소제기 직후 단계에 있는 분들로부터 “1심 재판은 몇 차례나 진행되나요?”, “첫 공판기일에 바로 선고까지 나오는 건가요?” 등과 같은 질문을 자주 받곤 하는데요.
1심에서 공판기일이 몇 차례 열릴지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사건의 성격과 쟁점의 복잡성에 따라, 재판부와 변호인, 그리고 검사가 협의하여 정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경우에 따라 한 차례의 공판만 진행될 수도 있지만, 세 차례 또는 그 이상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인이 다수 출석해야 한다거나 사실조회 신청을 통해 다른 기관의 회신을 받아야 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공판기일이 자연스럽게 여러 차례 열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여덟 명의 증인을 신문해야 하고, 각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이 약 1시간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봅시다. 14시부터 진행되는 오후 재판 시간 전체를 배정받는다고 해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증인은 많아야 3~4명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 증인 신문 기일만 최소 두 차례 이상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이처럼 다수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사건은, 그날로 바로 절차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쟁점을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변론하는 별도의 기일이 한 차례 더 열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흥미 차원에서 참고 사례를 말씀드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매주 4차례씩 총 100회 재판이 진행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정해진 기일 횟수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다툴 것이 많지 않다면 1회 공판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쟁점이 있는 경우에도 대개 3, 4회 이내에서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Q. 한 번만에 재판이 끝나면, 1심 첫 공판기일에 선고도 같이 받게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은 무조건 별도로 지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더라도, 피고인은 최소한 공판기일에 한 번, 선고기일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출석을 해야 합니다. 심리가 끝나고 변론이 종결되는 날에는 검사 구형만 이루어지고, 실제 형량이 선고되는 선고기일은 그로부터 2~3주 정도 이후에 지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피고인이 합의를 하겠다고 하거나 추가 기소될 사건이 있어서 병합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을 재판부에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선고기일을 변론종결일로부터 4~5주가량 뒤로 미루어 여유 있게 지정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울러 지정된 선고기일까지 합의가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재판부에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선고기일을 연기 신청하여 더 뒤로 기일을 지정받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Q. 1심 선고 이후 항소심 첫 기일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A. 제가 단순히 절차를 설명하지 않고 계속 ‘소요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이유는, 실제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께서 이 점을 가장 궁금해하시기 때문입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언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나요?”,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걸리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자주 받곤 하는데요.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 이후 7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때는 ‘초일불산입 원칙’이 적용되어, 선고 다음 날부터 7일째 되는 날의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시면 됩니다.
이후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심 법원에 보관되어 있던 사건 기록은 14일 이내에 2심 법원으로 이송되며, 그 후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하는데, 이 서류를 언제 송달받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송달일을 기준으로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자동으로 항소 기각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의 첫 공판기일은 통상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지난 후에 지정되므로, 대체로 1심 선고일로부터 한 달 반에서 두 달 사이에 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약 10건 중 1건 정도는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끝나기 전인데도 첫 공판기일이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피고인 분들께서는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하고 크게 걱정하시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1심 재판에서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속행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항소심에서도 항소이유서 준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하고 기일 연기나 속행을 신청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Q. 항소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요?
A. 항소심 재판도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진행될 수도 있고, 한 번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도 선고기일은 별도로 지정됩니다.
다만,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사후심적 속심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항소심은 1심처럼 모든 것을 다 다투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인 신청 등 새로운 증거조사 요청에 대해 다소 엄격한 태도를 보이며, 특히 증인신문과 같은 절차는 그 필요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소명해야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1심보다는 재판이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체포 단계부터 항소심 재판이 종결되기까지의 절차를 설명드렸는데요. 분량 조절에 실패하여, 추가로 남은 3심 재판 절차에 대해서는 재판 절차와 관련하여 자주 받는 소소한 질문들과 함께 풀어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리고자 했는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당부를 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은 ‘통상적인 절차’에 대한 안내일 뿐, 반드시 모든 사건이 동일한 흐름을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진행 절차가, 제가 말씀드린 것과 다르게 더 빨리 또는 더 늦게 진행된다고 해도 그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더 많으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고 나면 걱정할 것 없는 길이어도, 모르는 길을 갈 때는 누구나 두렵습니다. 저의 이 글이 모르기에 생겨나는 두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모두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