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총기 살인 사건’으로 사형 집행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형법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집행 관련 절차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1997년 12월 30일에 23명이 사형 집행된 이후 28년째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제도라면 차라리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사형 제도의 존치와 집행 필요성을 여전히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형제 폐지의 근거로는 보통 인간의 존엄성과 오판 가능성이 주로 언급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사형이 선고된 사건들에서 다른 범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 경우는 없었으며,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과 전국적인 CCTV 보급 등으로 인해 범인 검거는 과거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오판의 가능성을 사형제 폐지의 주된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사형제 폐지의 가장 강력한 논거로는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남게 된다.
필자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관점에 동의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이유에서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 이유는 ‘형량 인플레이션의 방지’다. 형법상 형벌의 종류는 총 9가지이며, ‘사형’ 아래로는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등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사형 선고가 빈번해지고 실제로 집행까지 이루어진다면, 전체 형벌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형제의 존치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형벌 체계 전반의 왜곡이다. 사형이 실제로 작동하게 되면 다른 형량들 역시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생긴다. 단순히 중형 선고가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형벌이 지향해야 할 교화와 재사회화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합리적이며 균형 잡힌 처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법의 사문화(死文化) 방지’를 위함이다. 현행 법률에는 사형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집행 절차도 마련되어 있으며, 법원에서는 여전히 사형 선고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실제 집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동하지 않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큼의 잘못에는 ‘사형’이, 50만큼의 잘못에는 ‘징역 10년’이 선고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사형 선고를 받은 이는 사실상 종신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90’ 정도의 실질적 형벌만 감내하게 된다.
반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이는 본인의 형량을 고스란히 채워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더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처럼 사형제가 존재하되 집행되지 않는 상태는, 형벌 체계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법 자체의 실효성과 권위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법은 존재하는 이상 지켜져야 하며, 지켜지지 않는 법이라면 폐지를 통해 그 실효성과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법치주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