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 구속영장 실질심사, 두려움이 아닌 전략으로 맞서라

눈 앞의 구속만 피한다는 전략은
전체적인 재판과정에서 불리해져

 

많은 분들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장에서 “혹시라도 영장이 발부될까 봐” 검찰이 적시한 혐의를 인정하고 판사에게 가급적 순응적인 모습을 보여야 영장을 기각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실질심사는 전체 재판 과정 중 일부일 뿐이며, 말하자면 단 한 번의 전투에 불과하다. 이때 섣불리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해 기각 받겠다는 전략은 눈앞의 구속만 피하려는 단기적 전략일 수 있겠지만, 이후 본안 재판에서 불리한 고리를 만드는 장기적 패착이 될 수 있다.

 

구속영장 청구서나 의견서에는 수사기관이 파악한 범죄사실이 기재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조차 사실관계가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영장 발부가 목적이기에 혐의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하며 다소 과장되거나 일방적인 사실 기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 중이므로 당연히 증거와 진술은 계속 보강·변형될 수밖에 없고, 이후 정리된 내용이 공소장으로 확정된다.

 

구속영장 청구서야말로 ‘공소장의 예고편’이자 수사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심사에서 단순히 기각을 목표로 검찰 의견을 모두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한 번 인정해 버리면 나중에 이를 번복하거나 다투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수사 기록에는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했다”는 내용이 남아, 이후 공소제기, 1심 재판, 항소심까지 계속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한 번의 전투에서 영장을 피하겠다고 전쟁 전체를 지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과 피의자가 할 것은 오히려 수사기관이 적시한 사실 중 다툴 부분과 사실과 다른 부분을 면밀히 구분해 정리하는 일이다.

 

사실이 아닌 부분은 명확히 부인하고, 인정할 부분은 신중하게 선택적으로 인정하면서, 나중에 있을 본 수사나 재판에서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영장 심문을 준비하는 과정이야말로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증거와 논리를 미리 살펴보고, 방어 전략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영장 단계에서부터 변호인 입장에서는 피의자의 주장과 사실관계를 문서화해 두어야 한다. 훗날 재판에서 “이 부분은 영장 단계에서도 부인했었다”는 일관성 있는 주장을 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영장심사에서 단기적 결과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수사나 재판 전체를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형사절차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다. 수사, 구속 여부, 공소제기, 1심, 2심, 심지어 대법원까지 모든 단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 단계의 전략과 판단이 다음 단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그 긴 여정 속에서 단 한 번의 변곡점일 뿐이다.


그러나 이 작은 변곡점을 어떻게 준비하고 임하느냐가 결국 재판 전체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면, 두려움이 아닌 전략으로,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