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건 넘게 다뤘죠”… 형사 외길 20년, 이동간 변호사 인터뷰

형사법정에서 싸우는 건 판결문 속 문장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보지 않았던 의뢰인의 사정, 사회가 듣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진심이라고 믿습니다

Q. 변호사님,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9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30기 과정을 밟아 2001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하였습니다. 이후 네 군데 임지를 바꿔 가며 근무하던 중 2006년 의정부지방검찰청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직했습니다.

 

이후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2020년 12월까지 15년간 어쏘,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법무법인 테헤란에 합류, 형사사건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검사 출신이시잖아요. 검사 시절에 “엄청 깐깐하다”, “칼 같다” 이런 소리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검사부터 변호사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형사 한 분야만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형사부 초임 검사로 율사 생활을 시작했던 게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매달 배당받는 2~300건 상당의 형사사건들을 처리하다 보니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형사부 검사 생활을 했던 게 형사 외길을 걷게 한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형사부 검사라면 근무청에서 6개월 정도는 공판 검사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이때 법정에서도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결국 그 모든 경험들이 변호사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밑거름 내지 자산이 됐던 것 같습니다.

 

Q. 검사로서 바라보던 피고인과, 지금 변호사로서 마주하는 피고인… 보는 시선이나 감정에 차이가 있나요?


A. 형사사건을 바라볼 때 중요한 건 결국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그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질 것인지 여하를 판단하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검사 시절이나 변호사가 된 지금도 피의자나 피고인을 마주할 때는 여전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요. 다만, 의뢰인이 된 피고인 자체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검사 시절을 생각하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배경,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에 관해 수사기관에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만큼의 노력이나 관심을 기울였나 싶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금 오히려 인간적이 되었다고 할까요.

 

Q. 검사 출신 변호사님께 꼭 여쭤봐 달라는 독자 질문입니다. 요즘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건이 많다 보니, 경찰이 수사 마친 후에도 검찰에서 몇 달씩 기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소시효 안에만 기소하면 되니까, 검찰이 월말 실적 맞추려고 일부러 늦게 기소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실제로 검찰이 고의로 기소를 늦추는 경우가 있는 건가요?


A. 검사들이 고의로 늦게 기소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형사부 검사들은 매달 미제사건 수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기소를 할 수 있음에도 사건 처리를 안 하고 미제 건수를 늘릴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겠죠.

 

Q. 만약 의뢰인 사건에 병합해야 할 추가 건이 있는데, 검찰이 일부러 기소를 안 하고 미루고 있다면, 변호사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A. 법정에서 판사에게 별건 병합을 위한 속행을 구합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공판 검사에게도 신경 써 달라고 말하기도 하죠。

 

.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꼭 병합이 필요하다면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합니다. 판사가 이에 공감한다면 직접 공판 검사에게 재판부에서 당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저는 수사 검사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빠른 기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건 병합이 꼭 의뢰인인 피고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유로 추가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제가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리고 있죠.

 

Q. 검사 시절, 성범죄 사건을 많이 다루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어떤 진술에 무게를 두고, 검사가 어떤 방향으로 칼을 겨누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은데요. 그런 감각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큰 무기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검사의 시선과 전략을 꿰뚫고 대응했던 사례가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지하철에서 여성의 하체를 만진 사실로 기소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동종 전과도 있고, 수사기록상 경찰의 목격 진술도 있고 당시 상황을 녹화하였다는 영상 CD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진술도 물론 있었고요.

 

수사 검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수사 검사도 동영상 내용이 명확하여 기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이번만은 절대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저는 증거가 명확한데도 억울하다고 하는 경우, 혹시나 하는 의심을 합니다. 혹여라도 편향된 시각으로 증거를 바라보고 있었던 게 아닌지 말이죠.

 

그래서 기소 이후 수사 기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기록을 확인해 보니 피해자 진술 내용도 추행당한 느낌을 피력한 것에 불과하고, 목격자 진술 내용도 신체접촉 상황을 직접 본 것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동영상 내용을 확인해 보니 의뢰인과 피해자가 근접해 있었다는 사정만 밝혀줄 뿐, 그 이상의 사실을 알려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의뢰인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됩니다. 변호사를 속이는 의뢰인들도 많습니다. 이때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을 정말로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의뢰인도 변호사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 시 꼭 드리는 질문이 ‘변호사도 설득 못하는데 판검사를 설득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그만큼 의뢰인의 주장에 믿음이 간다면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 오히려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음에도 ‘이번만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의뢰인을 수사기관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신경을 써주었을까요. 이러한 신뢰의 차이가 결국 의뢰인의 결과를 바꾸게 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Q. ‘테헤란’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대형 로펌, 그리고 수많은 변호사잖아요. 일부 독자들은 “로펌이 크면 사건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많은 로펌 중 테헤란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며, 변호사님 보시기에 테헤란은 어떤 로펌인가요?


A. 무엇보다 젊다는 점이 테헤란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젊은 변호사가 많은 만큼 그들이 가진 의욕과 열정은 어느 로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열정적인 후배 변호사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가는 것에도 작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죠. 사건에 진심이라는 건 그만큼 열정과 의욕이 넘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하게 사건을 다루는 테헤란에서 형사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보람이 될 수밖에 없죠.

 

Q. 변호사님이 최근 수임하신 사건 중 “아, 이건 괜히 맡았다” 혹은 “이 사건은 내가 어떻게든 억울함을 풀어 줘야겠다” 하는 사건이 있었다면, 간단한 에피소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즐거움이자 어려움은 사건 내용보다는 의뢰인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사건 자체를 해결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가져온 의뢰인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저도 괜히 맡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도 자녀 성범죄 사건을 맡아 달라며 간곡히 부탁한 의뢰인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그 절박함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Q. 요즘 “변호사와 의뢰인, 가족 간 소통이 잘 안 된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전화도 잘 안 되고 진행 상황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변호사님 보시기에 왜 이런 분위기가 생긴 걸까요? 그리고 테헤란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실 계획인가요?

A. 저는 사건 배당 이후 빠르게 의뢰인과 가족에게 배당 소식을 전하라고 합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가슴 졸이며 사건이 빨리 진행되길 원하는 의뢰인이나 가족에게는 그만큼 안심되는 게 없다고 하더군요.

 

가령 법정 출석이나 상담 등으로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나중에 꼭 연락해 줄 것이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테헤란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건별로 변호사 및 소통 직원을 따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통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이러한 시스템이 상호 간의 신뢰를 쌓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다면 사건도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잘 아는 만큼 테헤란은 꾸준히 소통하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