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이 귀한 지면을 내어주신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구치소에 계신 안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하시지만 좀처럼 자세히 알기 어려운 주제들을 정해 하나씩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형사 재판절차’를 다루면서 독자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요. 앞선 두 편을 통해 체포부터 항소심 종료까지의 절차에 대해 함께 살펴보셨습니다.
이제 그 마지막 단계, 3심 절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법원에서 이루어지는 3심은 앞선 1심, 2심과는 구조가 다른 재판입니다. 막연한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봄날의 단비처럼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항소심 선고 이후 상고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일단 상고를 제기하는 절차 자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는 절차와 동일합니다.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상고장을 제출하면, 항소심 법원은 14일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대법원에 보냅니다. 이후 대법원은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피고인에게 보내고, 피고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고기각 결정을 받게 됩니다.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잃는 셈이죠. 그러므로 상고를 하고자 하는 피고인은 반드시 ‘상고장 7일’, ‘상고이유서 20일’의 기간을 잘 지켜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Q. 2심에서 형량을 많이 받았는데, 상고해서 줄일 수 있나요?
A. 이 부분이 항소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항소는 비교적 폭넓은 사유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는 ‘법리오해’,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오인’, 그리고 형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양형부당’까지 모두 항소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고는 다릅니다. 형사소송법은 상고 사유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고는 ‘법리오해’만을 이유로 가능하고, ‘양형부당’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은,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는 상고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당하다고 느낀 피고인들께서 직접 형사소송법 조항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사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여러 차례 판결을 통해 이 조항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업무가 넘쳐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고법원으로서 기능에 집중하도록 사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징역 9년’과 ‘징역 10년’에 대단한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권리구제 기회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항소심에서 주장하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서 새롭게 주장할 수 있나요?
A. 상고심에서는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다투지 않은 사안은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1심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했다면, 갑자기 “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고심 사건을 맡아 보면 항소이유서에서 법률해석이나 법률 적용상의 문제가 지적돼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적법한 상고이유로 제시할 수 있는 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Q. 그렇다면 10년 미만의 형을 받은 사건에서는 양형을 다투기 위해 상고를 할 수 없나요?
A. 일단 기각될 것이 100% 뻔한 ‘양형부당’을 상고이유에 적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경우 변호사들은 우회 전략을 쓰게 되는데요. 직접적으로 “양형부당”이라고 쓰는 대신, 상고이유서에 이렇게 표현하는 거죠. “항소심 법원이 증거의 증명력과 증거 선택을 판단함에 있어 논리법칙이나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기재하는 것 입니다.
이런 경우 대법원에서 살펴봐 줄 수 있을 것인데요. 그러나 결국 실질은 사실오인, 양형부당 주장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유사사례에 대한 기존의 선고형들과 비교해 항소심 판결이 자의적 판결로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허용한 예외적 판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실무에서 여간해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Q. 상고 기각이 분명한 사건임에도 상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나요?
A.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10년 미만 형을 받은 사건에서 감형을 목적으로 상고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상 상고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집행유예 기간 중인 피고인의 경우입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판결이 확정돼야 기존 선고가 실효되지 않기 때문인데, ‘시간 끌기 전략’으로 상고를 활용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고이유를 양형부당으로 기재하여 금방 기각되고 말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비록 실질을 보면 상고가 허용되지 않을 사안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대법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그럴듯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결과가 상고 기각으로 예상되더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된 외관을 갖춘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Q. 실제 상고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사건도 있나요?
A. 이 부분은 제가 실제로 맡았던 사건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의뢰인은 사기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서울북부지법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지만 여기에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검사가 위법수집 증거를 제출했다거나, 원심 판결에 명백한 법리오해가 있었다는 식의 ‘극적인’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가 받은 판결문을 보면, ① 사기죄의 편취의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하고, ② 이어 이 사건 사실관계를 정리한 다음, ③ 원심이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제가 ‘사실오인’ 주장을 한 것임에도, 대법원에서 이를 ‘법리오해’로 해석하여 준 것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정말 억울하게 유죄를 받은 사건에서는 상고심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법률적 주장이라는 외피를 씌워 끝까지 다투어 볼 실익이 분명히 있습니다. 대법원이 형식에만 갇히지 않고, 실질적 정의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려주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저는 끝까지 상고를 해보시길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준비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체포부터 상고심 절차까지, 세 번에 걸친 긴 설명을 마무리합니다. 부족한 점도 있었겠지만, 이 글이 형사 재판이라는 낯설고 두려운 길에 놓인 분들께 작은 등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을 위해 이런 귀한 지면을 내어주신 더 시사법률 측에도 깊이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와 건승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