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형사공탁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했음에도 재판 이후 공탁금을 출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습 공탁’과 이른바 ‘먹튀 공탁’을 막기 위해 공탁법이 개정됐지만, 양형 판단과 실제 피해 회복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등 제도 운영상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5년 개정된 공탁법은 형사공탁 회수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다. 형사소송법도 함께 개정되면서 공탁이 이뤄질 경우 법원이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공탁금은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한 경우 △공탁물을 확정적으로 수령 거부한 경우 △무죄 확정이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는 수령을 거부하면서도 선고 직전이나 판결 이후 공탁금을 출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러한 출급 사실이 재판부에 자동으로 통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양형 판단이 실제 사정과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주거침입·절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했으나, 선고 하루 전 공탁금을 출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를 알지 못한 채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성폭력 사건 항소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피고인이 1500만원을 공탁했지만 피해자가 명확히 수령을 거부하자 재판부는 이를 감형 요소로 반영하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일주일 뒤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도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공보관실은 <더시사법률> 질의에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더라도 이를 공탁소에 서면으로 통고하지 않으면 공탁법상 회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판결문에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명시돼 있더라도 공탁소 절차와는 별도로 취급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는 공탁제도의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공탁자의 회수청구권과 피해자의 출급청구권이 서로 독립적으로 인정되는 구조여서,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공탁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라면 언제든 출급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역시 지난 10일 본지 질의에 “형사공탁의 경우에도 피공탁자인 피해자는 공탁의 본래 목적에 따라 공탁금 출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 피고인은 ‘피공탁자가 회수에 동의했거나 수령 거절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무에서는 회수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해 공탁자가 회수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공탁금이 10년간 회수되지 않을 경우 국고로 귀속되는 구조는 공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형 반영 기준 역시 재판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법원은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경우 이를 감형 요소로 인정하지 않는 반면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 노력을 참작해 양형에 반영하는 등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탁이 곧바로 감경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수령 의사와 실제 피해 회복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는 공탁금 출급 사실을 재판부와 검찰에 통보하도록 하는 공탁법 개정안(의안번호 제7908호)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사건 진행 중에만 통지 의무를 두고 있어 판결 확정 이후 출급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 여전히 제도 공백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변호사는 “형사공탁 제도는 본래 피해 회복을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와 결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제도의 신뢰성이 함께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