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한 교사 발언, 증거 인정 안돼… 대법 ‘무죄 확정’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 해당 발언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의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수업 중 전학 온 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 봐” 등 발언을 해 16차례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했고, 이를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제출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은 일부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로서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2월 “녹음파일을 토대로 한 A씨 및 아동 부모 진술과 상담 내용도 2차적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대법원 선고를 앞둔 주호민씨 사건도 이번과 같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호민씨 자녀를 맡은 특수교사 A씨는 2022년 9월 당시 9세였던 주씨 아들에게 정서적 학대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했지만, 2심은 해당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대화의 녹취록에 해당한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