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11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5)는 제12형사부(재판장 김도형)에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제출했다.
A씨는 2001년 9월 8일 새벽 공범 1명과 함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 B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1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피해자 아내를 결박할 때 사용된 검은 테이프 등 증거물을 수거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DNA 검출에 실패했고 CCTV에서도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경찰이 재분석을 의뢰한 결과, 테이프에서 A씨의 DNA가 나왔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고, 수감 중이던 A씨가 피의자로 특정됐다.
이에 경찰은 2021년 A씨를 안산지청에 송치했고, 사건은 1주일 만에 전주지검으로 이관됐다.
이후 수사기관은 A씨 주변인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보강 수사를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피고인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더 시사법률]에 보낸 편지에서 “경찰이 처음부터 테이프에서 DNA가 나왔다며 자백을 요구했다.”며 “그런 장소에 간 기억도 없고 실제로 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과거에 본드를 많이 해서 기억을 못 하는 거라고 몰아세우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 전주지검으로 이관된 뒤 3년 가까이 검찰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매년 바뀌었고 1년에 한두 번 조사를 받은 게 전부였다. 그렇게 3년을 끌더니 작년 12월에서야 기소가 됐고, 올해 6월인 지금까지도 단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선 변호인도 선임하지 못한 채, 재판을 기다리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공범 간 의견 차이나 사건 성격에 따라 법원이 배제할 수 있다.
재판부가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이 배심원의 판단까지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법무법인 청 대표 곽준호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어서 억울함을 직접 호소하고자 할 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수사 및 기소까지의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방어권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국민참여재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의 적정성 자체도 다투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DNA라는 과학적 증거가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만큼, 증거의 채취·보관·분석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다는 것이 담보돼야 한다”며 “DNA 검출 자체가 곧바로 살인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양립 가능한 다른 사실을 주장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자체를 다퉈야 할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