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급증’에도 구속률 3%대…“피해자 보호체계 강화해야”

스토킹 신고건수 매년 증가…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구속비율은 오히려 감소세…

지난 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스토킹 범죄 신고가 매년 급증하는 추세지만,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 비율은 3%대에 머물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토킹이 성폭력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피해자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접수된 스토킹 관련 신고는 총 8만 5,881건에 달했다. 그러나 피의자 구속률은 2021년 7%에서 2022년 3.3%, 2023년 3.2%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경찰이 피의자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4호)의 기각률은 5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의 반복성과 지속성을 우려해 시행되는 긴급응급조치의 집행률 역시 11.5%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나 보호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온적인 제재가 피해자를 강력범죄의 희생자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경기 화성시에서는 과거 교제 상대에게 폭력을 휘둘러 분리 조치된 30대 남성이 피해자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의 세 차례 신고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4년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현 배우자나 데이트 상대 등 친밀한 관계에 있던 남성에 의해 살해(미수 포함)된 여성은 181명에 달한다.

 

이는 스토킹처벌법이 ‘지속적·반복적’ 스토킹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속성과 반복성의 기준이 모호해 일선 수사 현장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하루 20~30통의 전화와 집 앞 방문, SNS 감시까지 이어졌지만, 신고하자 ‘두 번 이상 신고해야 스토킹으로 접수된다’는 안내만 들었다”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현재 스토킹처벌법에는 신고 횟수를 기준으로 지속성을 판단하는 조항은 없지만, 현장에서는 ‘세 번째 신고부터 접수 가능하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피해의 특성과 피해자 안전을 고려해 구속요건을 완화하고, 피해자 보호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찰 단계에서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가 확인되면 즉시 가해자에게 접촉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실질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스토킹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심각한 폭력 범죄”라며 “반복성과 지속성이 명백할 경우, 수사 초기부터 강제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