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만져보려다…” 욕정 못 이겨 4명 살해한 보성 어부의 최후

1t 어선으로 주꾸미 잡던 70대
젊은 여성 가슴 만지려 살해까지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수감중 사망
사형제 존폐 둘러싼 논란 재점화

 

대학생이 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은 스무 살의 커플은 들떠있었다.

 

광주 소재 대학에 다니던 A 군(20세)과 B 양(20세)이 선택한 여행지는 전남 보성군이었다. 광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만 달려오면 바다가 있었다.


“배 한번 태워 주시면 안 돼요?”

 

2007년 8월 31일 오후, 바다로 나가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선착장에서 마주친 한 노인에게 배를 타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1t 규모의 소형 어선으로 주꾸미잡이를 하던 오종근(당시 70세)이었다.

 

오 씨는 흔쾌히 젊은 남녀를 배에 태우고 자신의 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장에 도착한 선박의 엔진이 꺼진 그 순간, 오 씨는 돌연 A 군의 등을 밀어 바다로 빠뜨렸다. A 군이 다시 배 위로 오르려 하자 그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린 2m 길이의 삿갓대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오 씨가 휘두른 갈고리에 A 군의 머리와 손이 찢겨나갔고 힘이 빠진 A 군은 익사하고 만다.

 

인심 좋아 보이던 노인이 돌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젊은 여성인 B 양을 보고 욕정을 느낀 것이었다. 오 씨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는 A 군을 먼저 살해하고 겁에 질려 있는 B 양에게 다가가 “아가씨 가슴 좀 만져보자”며 추행을 시도했다.  B 양이 격렬하게 저항하자 오 씨는 B 양 마저 바다로 밀어 버리고 만다.

 

두 청년의 시신은 사건 발생 5일 후 이틀 간격으로 발견되었지만 경찰은 타살 증거를 찾지 못하고 실족이나 동반자살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사이 오종근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주꾸미를 잡으며 생활했다.


9월 25일, 30대 여성인 C 씨와 D 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보성을 찾았다.

첫 범행 이후 다른 범행 대상을 찾던 오 씨는 그녀들을 자신의 배에 태웠다. 어장에 도착한 오 씨가 갑자기 가슴을 만지려고 하자 C 씨가 화를 냈고, 옆에 있던 D 씨도 합류해 거세게 저항했다. 계획이 틀어지자 이번에도 오 씨는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의 소형 선박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회천면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C 씨가 오 씨의 불쾌한 눈길에 불안함을 느끼고 사망 전 외부로 보냈던 한 통의 문자가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배에 갇힌 것 같으니 경찰을 불러 달라는 메시지였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을 통해 두 시신을 인양했다.

 

 

관내 모든 선박을 조사한 경찰은 오 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했다.

 

그는 안전사고라고 주장했지만 선박에 있던 피해자들의 소지품과 부검 결과가 나오자 마지못해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한 달 전 비슷한 장소에서 발견된 A 군과 B 양에 대해서도 추궁했지만 오 씨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결정적 증거가 없어 경찰도 난감하던 차, 한 어선의 어망에 디지털카메라 한 대가 걸려 올라왔다. 숨진 B 양의 것이었다. 사진 파일을 복구해 보니 그 안에 오 씨의 모습이 있었다. 그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오종근은 “젊은 여성의 가슴을 만져보고 싶었다”며 범행 이유를 밝혔다.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4명을 살해한 오종근에게 2010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오 씨는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지난해 7월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숨지기 전까지 본인의 억울함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오종근이 사망하면서 남은 사형 확정자는 57명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 확정자의 상당수가 고령화되고 있어 오 씨의 경우처럼 수감된 채 생을 마감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흉악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다시금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