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JK] 영장주의(압수수색 할 장소) 위반 및 상고 이유

 

Q. 저는 OO교도소에 있는 OOO입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해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과 항소심에서는 범행을 다 인정했지만, 상고심에서는 압수과정이 잘못됐다고 다투고 싶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휴대폰을 압수당해 혐의가 추가로 붙었는데요. 압수수색영장에는 제 주민등록상 주소가 적혀있었는데, 실제로는 다른 곳(실거주지)에서 휴대폰을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휴대폰을 통해 영장에 없던 다른 범죄까지 찾아내서 기소했는데 이건 영장주의를 위반해 위법적으로 수집한 증거 아닌가요?


○○○ 교

 



A. 안녕하세요. 담장 너머 우체부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의 사연을 정리하자면, 1심과 항소심에서 죄를 다 인정했는데 상고심에서 새롭게 “영장주의 위반한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판결한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며 법리오해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먼저 압수영장의 효력 및 영장에 기재된 압수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압수가 이루어진 경우 압수의 위법성에 대해 살펴보고 난 다음, 상고심에서 이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습니다.


첫째, 영장에 적힌 장소와 다른 장소에서 한 압수수색이 위법한가요?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하지 못하게 법관이 개입하라는 뜻이지요. 어려운 말로 판례는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강제처분을 막기 위해 반드시 법관의 사법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는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을 적어놓았는데요. 예컨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는 누구를(피의자 성명), 어디서(압수·수색할 장소), 무엇을(압수할 물건) 압수할지 적어야 하고, 영장은 당사자에게 꼭 보여줘야 하며, 압수하고 나면 목록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당사자나 변호인이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고 있는 점이 매우 중요하죠. 그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리고 중대한 절차위반이라고 판단된다면(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 압수수색이 위법하고 그로 인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반면 “사소한 절차위반은 실질적으로 침해가 없으니 적법하다고 보는구나”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14조는 압수·수색영장에 압수할 물건과 수색할 장소를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막연히 모든 물건, 모든 장소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일반영장’이나 마찬가지여서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처럼 영장에 적힌 장소와 실제 압수 장소가 다르면 어떻게 될까요? 원칙적으로는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적힌 장소가 아니니까 영장주의에 위반했다고 보아야겠죠.


하지만, 진짜 주소를 알지 못해서 주거지를 특정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를 적은 것이지, “주거지=살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판사가 허락한 영장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결국 이 사건은 결국 압수·수색 장소의 특정방법과 그 인정범위가 쟁점이 되는 사안입니다. 영장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입장이라면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볼 것이지만, 반대로 수사기관이 영장 청구시 압수·수색 장소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를 고려하며, 통상적으로 보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장소와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입장이라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에 입각하여,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기재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수사기관이 함부로 피압수자에게 불리하게 유추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반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압수·수색장소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특정하여야 하지만, 사전에 압수·수색 장소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 피의자, 범죄사실,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유에 비추어 볼 때 영장에 기재된 장소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영장기재 장소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은 피압수자의 실거주지를 알지 못하여 공부상 주소지로 압수·수색할 장소를 특정한 것이므로 피압수자의 거주지라는 점에서는 사실상 다를 바 없다는 말인데, 두 가지 입장 모두 일리가 있어 섣불리 법원의 판단을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 청구시 압수·수색장소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특정하여야 하지만 압수·수색 장소의 내부구조를 사전에 명확히 알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 범죄사실과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유에 기초하여 통상적으로 보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장소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영장기재 장소라고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08. 1. 15. 선고 2007노370 판결).


한편 ‘압수·수색할 장소’에 관한 판결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압수할 물건’에 대해서 기재한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에게 불리하게 확장 또는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예컨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이나 수색장소에 없는 멀리 떨어진 장소의 서버(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둘째, 원심에서 주장하지 아니한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귀하는 1심,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집행과정의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다투어 무죄를 주장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원심에서 영장주의 위반을 주장하지 아니하였다는 전제로 논의하고자 합니다.


상고심은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사후심이므로 원칙적으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고, 따라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거나 항소심이 직권 심판대상으로 삼은 사항 이외의 사유에 대하여 이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①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 ②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③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경우에는 상고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때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84조).


나아가 대법원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유죄가 인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고 검사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경우, 피고인이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 등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별개의견]은 피고인이 유죄 1심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으로 항소하고 검사가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때 기초가 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것으로, 피고인이 항소 여부를 판단할 당시 예견하기 어려웠을뿐더러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항소심에서 형이 높아진 다음에는 피고인이 항소 당시 주장을 보류해 두었던 사실오인,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상고심은 원심판결의 법령위반의 잘못을 최종적으로 바로잡는 법률심이므로, 법령위반 등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은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맺음말


대법원의 원칙적인 입장을 고려한다면, 영장주의 및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은 항소심에서 주장하지 아니한 법리오해 등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만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므로, 영장주의위반 및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기초로 한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법리오해의 상고이유를 주장하여 상고심의 판단을 받아 볼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