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시험(사시)은 한때 단 한 번의 합격으로 평생의 부와 명예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한국 사회 대표적인 ‘계층 이동 사다리’로 꼽혔다.
그러나 극소수만이 올라탈 수 있는 ‘좁은 사다리’였던 만큼 부작용도 컸다. 합격률은 2%대에 불과했고, 탈락자가 대다수인 구조 속에서 취업 시기를 놓친 ‘고시 낭인’이 양산됐다.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탈락자를 솎아내는 시험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부와 국회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과 함께 사법시험 폐지를 공식화했다. 합격자 수는 2009년 1,000명에서 2016년 100명으로 줄었고, 2017년 59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약 2만명의 법조인이 배출됐다. 해방 이후 사시 합격자 규모에 버금가는 숫자다. 변호사 공급이 늘면서 법률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졌고, 변호사 보수 수준도 낮아졌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개업을 접은 변호사가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었다.
반면 3년간 정규 교육과정 의무화로 기회 문턱이 높아졌다는 비판도 거세다. 수천만 원대 학비, 해마다 누적되는 불합격자, 20대 중심의 합격자 선발 구조 등이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지적의 근거다.
사법시험은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에서 출발해, 1950~1963년 고등고시 사법과로 16차례 시행됐다. 1964년부터 59회까지 이어졌고, 2017년 폐지됐다.
초창기에는 연간 합격자가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300명, 2000년대에는 1,0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2009년) 이후 합격자는 1,005명(2008년)에서 506명(2012년), 303명(2013년), 202명(2014년), 106명(2016년)으로 급감했다. 2017년에는 55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스쿨 제정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사법시험 폐지는 2017년 12월 31일부터 시행”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만 변호사시험 응시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일반인의 시험 응시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2012년 사법시험 준비생 단체는 변호사시험법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수의견은 “법조인 양성을 ‘시험 선발’에서 ‘교육 양성’으로 전환하고, 기존 수험생에 일정 기간 응시 기회를 부여한 뒤 단계적으로 폐지한 것은 타당하다”며, 사시와 로스쿨 병행은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로스쿨이 사시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고, 고비용 구조는 장학금 제도로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도 “두 제도의 장점을 살려 병행하는 것이 국민 권익에 도움된다”고 의견을 냈다.
사시 폐지 이후 지금도 부활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사시 재도입 또는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 졸업 없이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자는 내용이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법조인 양성 루트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로스쿨 제도가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발언을 계기로 사법시험 부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할 것이 아니라 현행 로스쿨 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변협은 "로스쿨의 다면적 입학 전형을 통한 선발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검증됐다"며 "해묵은 논쟁 대신 결원보충제 폐지·입학정원 준수를 통한 로스쿨 교육의 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재원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역시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사시와 로스쿨이 병존하면 대부분 사시를 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시험문제를 잘 외우는 사람 위주로 법조인이 양산되는 폐해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험에 나올 문제를 잘 외우는 사람을 중심으로 법조인이 배출되는 폐해가 반복될 것"이라며 "이론과 실무를 잘 교육받은 법률가를 만든다는 취지는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찬성 측은 고액 학비와 로스쿨 부실 운영을 문제 삼는다. 2021년 기준 전국 25개 로스쿨 평균 등록금은 연 1,425만 원으로, 3년간 4,200만 원이 넘는다. 변호사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법조인 진입 우회로가 필요하다”며 “예비시험은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사시의 낮은 합격률과 사회적 비용을 지적한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는 “사시는 2~3%대 합격률로 고시 낭인을 양산한 제도”라며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로스쿨생까지 응시해 일반인 기회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증원을 통해 ‘오탈제’(5회 불합격 시 응시 제한)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시 부활을 둘러싼 논쟁은 ‘우회로 필요’와 ‘현 제도 보완’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법조인 양성 체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