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행정까지 검찰 권한이 집중된 구조
검찰이 형 집행 전 과정에서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며 교정행정의 실질적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교정행정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영향력 역시 개혁 논의의 주요 의제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형의 집행뿐 아니라 수감시설 배정, 처우 결정 등 교정 현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는 중증장애를 가진 수형자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담당 검사가 이를 자의적으로 불허했다.
이후 법원은 해당 처분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사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형집행정지는 수형자의 생명이나 건강이 현저히 위태로운 경우, 또는 임신·출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에 따르면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가 형집행정지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71조의2는 지방검찰청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영향력은 형집행정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고인의 구속 집행부터 수감시설 배정, 처우 결정, 사면 제청에 이르기까지 교정행정 전반에 검찰의 판단이 개입한다.
형사소송법 제81조는 구속영장의 집행을 검사의 지휘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을 어느 구치소에 수감할지 결정하는 단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과 검찰청의 관할을 기준으로 수감시설이 정해지지만, 실무에서는 검사의 집행 지휘가 전제된다.
각 구치소의 수용 여건이나 공범 분리 수용 필요성 등 교정행정상 판단에도 검찰의 의견이 반영되며, 특정 시설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이거나 사건의 성격상 분리가 필요할 경우 다른 시설로 조정되는 과정 역시 검사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법령에 근거한 ‘검찰의 광범위한 재량권’
검찰의 권한은 법령에 근거한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검사의 직무에 ‘재판의 집행 지휘·감독’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형 집행 개시·정지·변경에 이르는 포괄적 권한을 부여한다.
형사소송법도 검사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다. 제462조는 두 개 이상의 자유형이 선고된 경우 검사가 소속 장관의 허가를 받아 집행 순서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제467조는 사형 집행 시 검사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제471조는 수형자의 생명·건강에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 검사가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형 집행의 시작부터 중단, 재개까지 검찰 판단이 작용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사면법도 검찰의 역할을 전제로 한다.
교정행정에도 ‘검찰 견제 장치’ 마련돼야
사면법 제12조는 형 집행을 지휘한 검사나 교정시설의 장이 특별사면 또는 감형을 제청하려면 검찰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어 사면법 제11조는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보고를 받아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사면이나 감형 상신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형 집행 현장의 판단이 검찰총장을 거쳐 사면 제청 단계로 연결되는 구조로, 사면 절차의 출발점이 검찰의 판단에 놓여있는 셈이다.
검찰의 영향력은 교정시설 내부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형집행순서 변경’ 제도는 검사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 이 제도는 복수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가벼운 형부터 먼저 집행받기를 희망해 검찰에 신청하는 절차다. 수형자 입장에서는 조기 가석방 요건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실무에서는 명확한 기준 없이 검사의 판단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달라진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형집행순서변경 허가 또는 불허는 교정시설 소재지 관할 검찰청에서 개별 사건의 타당성에 따라 판단한다”며 “정형화된 기준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집행순서 변경 허가 여부가 검사 재량에 좌우된다는 점은 결국 가석방 시점 역시 검찰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형의 집행에서 사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며 “교정시설은 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검찰의 사전 판단을 따르는 수동적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의 재량이 법에 근거한 권한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견제할 실질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최근 출범한 검찰개혁추진단이 교정행정 영역의 권한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진정성 있는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