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미수 ‘뒷북 수사’ 논란…CCTV에 초등생들 겁에 질려 달아나

혐의 없음”→CCTV로 뒤늦게 확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아동 유인 미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20대 남성 3명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장난삼아 접근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이 중 2명은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가 뒤늦게 범행을 확인하면서 ‘뒷북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고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영업자 B씨와 대학생 C씨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쯤 서대문구 일대를 돌며 차량을 타고 초등학생들에게 세 차례 접근했다. 이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같은 날 오후 3시 31분부터 36분 사이, 초등학교 인근 도로와 공영주차장 주변에서 저학년 남학생 4명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줄게”라고 말하며 유인하려 했으나, 아이들이 겁에 질려 달아나거나 대꾸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면서 범행은 모두 미수에 그쳤다. 당시 피의자들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차창 너머로만 말을 건넸다.

 

세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 다음 날 장난삼아 말을 걸었다”며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을 재미로 여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수법으로 짧은 시간에 세 차례나 범행을 반복한 점을 중대하게 보고, A씨와 B씨에 대해서는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면 뒷좌석에 앉아 있던 C씨는 친구들을 만류한 정황이 확인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성범죄 전과는 없으나 일부 피의자에게 일반 전과가 있었다”며 “범행의 사회적 불안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사용한 차량은 A씨의 부친 소유로, A씨가 평소 통학에 이용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확보하고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학부모의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최초 접수 당시 “피해 아동이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차량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특히 처음 제보된 차량이 ‘흰색 스타렉스’였던 것이 혼선을 빚었다. 실제 범행 차량은 ‘회색 쏘렌토’였는데, 당시 CCTV에도 쏘렌토가 약 4초간 멈춰 있는 장면이 찍혔음에도 경찰은 “아이들이 놀라 도망가는 모습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대우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은 “초기에 CCTV에서 범행 정황을 명확히 포착하지 못해 사건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며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신고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도망가는 장면이 확인됐고,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해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피의자 2명은 5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미성년자 유인은 실제 태워 이동하지 않더라도 기망 행위만으로 성립한다”며 “추가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