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테헤란] 마약 운반의 ‘미필적 고의’ 인정과 특가법상 ‘가액’ 산정 기준은?

 

Q. 저는 필리핀에 있던 지인으로부터 ‘식자재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대신 받아 제3자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우편물을 수령했습니다. 그리고 체포가 되어 현재 구속되었는데 정말 저는 그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현재 공소장을 보면 제가 야바 5,000정 정도를 수입했다고 하고, ‘5,000만 원 이상 가액에 해당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우편을 수령하고 체포되었는데 그 물건의 양이나 가격은 전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실제로 우편물도 은색 비닐에 포장된 뒤 다시 비누 상자와 국제우편물 상자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내용물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제가 마약의 존재를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까? 또 제가 주장하는 ‘식자재 전달 부탁을 받은 것뿐이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리고 이 경우 ‘특가법(가액 5,000만 원 이상) 적용’ 부분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나요?


A. 질문자분께서 우편물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결국 마약을 운반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됩니다.

 

그러나 여러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의하여 우편물에 마약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질문자분께서 인식할 수 있었다면 얘기는 다릅니다. 또한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고 운반을 했다는, 즉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마약 운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는 판단합니다.

 

수사기관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안을 검토해 볼 것입니다.

  • 지인 및 제3자와의 관계

  • 지인에게 우편물을 수령한 경위

  • 수령한 방법

  •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

  • 실제 전달을 하였는지 여부

  • 전달했다면 당시 상황

  • 우편물의 포장 상태

  • 필리핀에 출국하여 우편물을 전달받은 것이라면 필리핀 방문의 동기 등

 

정말 ‘식자재’가 들어있는 줄 알았다는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정황들을 제시하여야 해당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먼저, 질문자분께서 필리핀에 상시 거주, 또는 운반 일을 하기 위해 특별히 필리핀으로 간 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돼야 합니다. 또한 지인으로부터 정말 식자재 운반 일로 알았다는 것이 문자 및 통화 내용으로 명확히 나타나고, 운반 일에 대한 대가를 아예 받지 않았다거나 사회통념상 납득할 만한 정도의 수고비만 받았다면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비상식적인 높은 금액을 대가로 수수한 적이 없으며, 운반 혹은 통관 과정에서 주위에 의심을 살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는 점 등 질문자분께 유리한 정황을 일관되게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하셨다면 마약을 운반한다는 미필적 고의마저 없었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질문자분께서는 수사 과정에서 우편물이 3중으로 포장되어 안을 확인할 수 없었고 내용물이 뭔지 확인도 안 했으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하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것보단 왜 의심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추가적으로 설명하여야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될 것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 말하는 ‘가액’이란 국내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가액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에 따름이 원칙이라 할 것이고, 예외적으로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실제 거래가격’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가액이 5,000만 원이 넘는 질문자 님의 경우에는 법정형이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고 집행유예가 불가능하여 불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액’의 산정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코카인의 경우 국내에 도매가격이 정해져 있어, 정착되지 않은 암거래 시세나 실제 매수가격이 아닌 도매가를 기준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가액은 보통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가액이 올라가고,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가액이 내려가며 소매가와 도매가 사이에는 많으면 2~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이므로, 도매가 기준으로 가액 산정이 적용되도록 다투거나, 만약 실제 거래가격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가액산정을 이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가액을 낮추어 보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