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접착제 도포…법원 “사용 방해면 재물손괴”

법원 “재물 효용 침해” 재물손괴 인정

 

타인의 차량에 접착제를 발라 외관상 파손이 없더라도 정상적인 사용을 방해했다면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 물리적 훼손 여부가 아니라 재물이 본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처벌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물손괴죄는 단순한 파손 여부가 아니라 재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상태인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일시적으로라도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라면 효용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재물의 사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별도의 파손 의도가 없더라도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같은 법리는 실제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최근 광주지방법원 형사6단독(김지연 부장판사)은 전 여자친구 소유 차량에 접착제를 발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차량 전면 유리와 와이퍼, 운전석 문과 손잡이, 뒷문 등에 본드를 발라 차량 사용을 어렵게 하고 수리비가 발생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차량의 정상적인 사용을 방해해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판례에서도 차량 유리에 접착제를 바르거나 스티커를 부착해 제거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재물손괴가 인정된 바 있다.

 

2018년 인천지방법원 역시 유사한 사안에서 재물손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같은 피해자의 차량을 훼손해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 손괴 정도와 수리비 규모도 불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보험회사에 구상금을 지급한 점,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연인 관계 갈등 등 감정적 이유로 발생하는 차량 훼손 사건이 적지 않지만, 접착제 도포처럼 차량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 역시 재물손괴로 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